K씨는 2012년 7월 제주도 노형동의 ‘도깨비 도로’에서 차를 운전해 가던 중 진행 방향 오른쪽에서 갑자기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틀어 중앙선을 넘어 도로 왼쪽에 있던 사람들을 들이받았다. 이어 인근 건물 안으로 돌진해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9명이 다쳤다.
K씨가 가입한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1억6620만원을 지급하고, 도로관리청인 제주도에도 30%의 책임이 있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는 “도깨비 도로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착시체험을 하는 곳인데도, 제주도가 별도의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착시체험으로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크다”며 “보행자보행금지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교통통제원을 관광시간에 배치해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도로 진입 부분에는 ‘신비의 도로’라는 관광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진행 방향 반대편 차로의 노면에는 ‘체험금지’라는 노면표지가 설치돼 있을 뿐 별도의 안전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재은 판사는 최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3가단85934)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도깨비 도로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착시현상을 체험하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이고, 관광객이 아닌 사람들을 위해 우회도로가 마련돼 있다면, 위 도로의 현황이나 이용 상황에 비춰 도로에 별도의 착시체험 공간이나, 횡단보도, 방호울타리, 보행자보행금지표지 등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교통통제원이 상시 배치돼 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이 도로가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이 사건 도로가 2009년과 2010년에 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정도로 사고다발 구간이라고 주장하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발생한 7건의 교통사고 중 3건은 일반국도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5년 동안 이번 사고를 포함해 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피고에게 이 도로에 안전시설 등의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정도로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