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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야당 ‘실속형 정공법’ 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3일 여야 합의로 채동욱 검찰총장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적격’ 채택

2013-04-03 13:59:41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그러나 채동욱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적격’ 판정은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를 보면 사실상 예정된 것이었다.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진풍경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후보자들의 자질과 업무능력, 도덕성과 각종 의혹 등을 날카롭게 따지며 줄줄이 낙마시켰던 야당 청문위원들이 채동욱 후보자에게는 후한 평점을 주며 덕담과 칭찬을 한 것이다.

이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종전 공격형 전술에서 채동욱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속형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인사청문이라는 긴장관계 속이라면 답변을 꺼렸을 만한 질문임에도 먼저 덕담과 칭찬을 건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후보자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 내는 실속형 전략이다.

다시 말해 채동욱 후보자는 낙마시킬 만한 큰 부적격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흠집내기 보다는 모양새 좋게 검찰개혁 약속을 받아내는 등 실속을 챙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인사청문회 진행 노련한 돋보인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

먼저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채동욱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박영선 위원장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박영선 위원장(사진=홈페이지) 박 위원장은 “인사청문회가 그동안 법사위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청문회 당일 (후보자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가 없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에 (후보자가) 자료제출 시한을 넘기지 않고 빨리 제출해 줬고, 또 청문회 준비팀도 많은 노고를 해준 점에 대해 칭찬의 말씀을 드린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의 고위공직후보자들의 상당수가 인사청문위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이었던 태도가 많아 옥신각신 애를 먹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문제를 다루면서 검찰에 불리한 발언을 했던 여야의원들 상대로 검찰에서 뒷조사를 한 경우가 있었는데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또 이런 일이 있겠느냐”고 뼈 있는 질문을 던졌다.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지 채 후보자는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에 채 후보자로부터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취지를 다 이해하겠다. 물론 저희 검찰이 여러 가지 직접수사를 많이 하고 있고, 그런 것에 대해 자제를 하고 권한남용의 소지를 최소화시켜야 하지 않느냐라는 지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답변을 이끌어 냈다.

박 위원장은 또 “어제 (MB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홍일 부산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곧바로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 5년간 MB 검찰의 대표적인 수사왜곡 사례로 BBK, 내곡동, 민간인사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상당히 많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정치검찰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표명을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정치검찰’이라는 뜨끔한 질문을 던졌다.

채 후보자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원님의 지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동안 혹시 잘못되었던 사건들이 있었고, 또 거기에 대해서 혹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살펴서 엄격한 신상필벌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범계 “보좌진들에게 봐주지 말고 파보라고 했더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 박범계 민주당 의원 질의에 나선 박범계 의원도 마이크를 잡자마자 “인사청문위원회 보좌진들에게 (채동욱 후보자를) 봐주지 말고 한 번 파보라고 했더니,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라고 덕담을 건네며 엄숙한 청문회장에서 웃음을 유발시키며 채동욱 후보자의 긴장을 풀어줬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박 의원은 곧바로 채동욱 후보자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첫째는 애버랜드 전환사채를 수사한 부분에 잘못된 부분. 두 번째는 작년도 검난(檢亂) 사태에 있어서 당시 대검 차장으로서 잘못 처신한 부분. 세 번째로 ‘원세훈 게이트’에 대해 출국금지를 했으나, 아직도 석연치 않다는 점을 거론했다.

채동욱 후보자는 2003년 4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삼성 애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 그런데 2003년 12월 허태학, 박노빈 전ㆍ현직 애버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고, 당시 고발된 33명 중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건희, 이재용씨 등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참고인중지 결정을 내려 비난을 받은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애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관련해 ‘분리기소’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의 금단, 성역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 부자를 봐주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물론 아니라고 말하겠죠”라고 물었고, 채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후보자는 소신 있는 검사로서 신망이 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적당한 소신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서운하느냐”라고 묻자, 채 후보자는 “저는 부족함이 많은 후보자”라고 자세를 낮췄다.

박 의원은 또 “신라시대에 성골, 진골, 육두품 등 골품제도가 있었듯이 검찰에도 골품제도가 있다. 특수부 검사는 ‘특골’, 기획부 검사는 ‘기골’, 대부분의 형사부 검사들은 ‘형두품’이 있다. 이런 자조와 비아냥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라고 묻자, 채 후보자는 “구체적인 용어는 잘 모르나,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작년에 한상대 검찰총장이 소위 검찰을 팔아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이렇게 비춰진 측면이 있었고, 또 반대로 중수부를 지키기 위해서 대검 중수부 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사들 모두의 여론이다. 총장께서 용퇴하십시오’라는 총장을 팔아서 중수부를 지키는 서초동의 여론이 있었다. 이 부분은 마땅치 않죠”라고 다그쳤고, 채 후보자는 “좀 곡해돼서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지적하는 것은 지금 중수부 폐지에 그렇게 특수통 검사들, 중수부 검사들이 온몸을 바쳐서 (한상대) 총장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중수부 폐지에 대해 과연 후보자가 중수부 폐지에 의지가 있느냐라는 것”이라며 “(후보자 마란) 특임검사제, 맞춤형 TF 이것은 결국 중수부의 수사지휘 기능을 온전시키겠다는 하나의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에 대해 채 후보자는 “소위 검난의 원인은 중수부 폐지에 반대했기 때문에 그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전임 (한상대) 총장께서 고뇌어린 용퇴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원세훈 게이트에 대한 출국금지를 잘했다. 그러나 출국금지한 뒤에 소환조사하고 압수수색하는 것은 수사의 ABC인데 출국금지한지 열흘이 지났다. 결국 청문회 대비용 출국금지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채 후보자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가 돼 있는지 그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지 못해 공식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면서 “총장 후보자로서 그 사건의 중차대성, 여러 가지 중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장에 취임 후에는 전모를 파악하고 수사 체제를 정비해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으나, 수사의지를 확인 받은 것이다.

박지원 “청문회 아니라 칭찬회 하는 기분”…검찰 과거사 반성과 사과 용의 받아내

▲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채동욱 후보자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도 아니고 칭찬회 같아서 좀 어색하네요”라고 다소 쑥스러운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사법부는 지난 과거 암울한 시대의 재판에 대해서 2008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께서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하면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며 “후보자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검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개별 사건의 재심 절차에서 잘못이 확인되면 무죄 구형과 상소를 포기하는 등 진실규명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라고 서면답변했죠?”라고 물었다.

채 후보자가 “네. 그래야 한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렇다면 지금 유일하게 국가 기관 중 검찰만이 과거 암울한 시대의 잘못된 기소, 검찰 처분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많은 기대가 있고, 저도 표현을 했습니다만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를 하고 있는 기분인데, 과거사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서 불행한 역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용의는 없느냐?”라고 압박했다.

박 의원이 이처럼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를 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채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파고들자, 채 후보자는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당연히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총장 취임 이후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신중히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냈다.

박 의원은 또 “이번에 특별한 것이 황교안 법무장관이나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 내부에서 제보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깨끗하게 잘 하셨는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한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채 후보자를 거듭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이명박 정부에서 9명의 고검장 승진에 호남출신이 단 한명 포함됐고, 오늘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의 17부3처17청에 고위공무원 1500여명 중 7% 안팎인 110여명이 호남출신이다. 법무부도 마찬가지로 고위공무원이 3명밖에 없다”며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법무장관과 인사를 할 것인데, 꼭 균형인사를 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개혁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채동욱 후보자는 “의원님 지적하신 부분 공감한다. 학연ㆍ지연을 타파해서 적재적소 인사를 한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하고, 탕평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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