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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원장에 ‘선거법 1호 해설가’ 이정렬 부장판사 추천

“공직선거법 제1호 해설가 이정렬 부장판사, 밥 좀 먹고, 잠 좀 자게 해주자”

2012-12-13 01:50:2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창원지방법원 이정렬 부장판사가 12일 결국 대한민국 중요인사 5부 요인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추천됐다.

고작(?)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대한민국 5부 요인인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의전서열 순서) 중 선관위원장에 추천됐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오보 아냐”, “낚시기사 아냐?” 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에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거지의 품격’에서 허경환씨의 “궁금하면 500원”이라는 유행어가 있는데, 500원 받지 않고 답해드린다.

요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초박빙의 지지율 판세를 보이며 치열한 선거전이 진행 되고 있는 가운데,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도맡아 해결해 주는 숨은 공직자가 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사진=페이스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도 아닌, 다름 아닌 창원지방법원에서 근무하는 이정렬 부장판사다.

이 부장판사를 칭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판사들은 현원 부족으로 인한 빡빡한 재판 일정이며, 재판 당사자들이 정말 납득할 수 있도록 억울함이 없도록 공정하게 재판하기 위해 준비과정에 더 많은 열정을 쏟는다.

때문에 판사들은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유권자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답하고 있어 주목했다. 정작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재판만 하기에도 바쁜 판사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저녁도 못 먹고 답변하면서 야심한 밤에 “라면 하나 먹고 다시 답변드리겠다”는 말에 본지가 이정렬 부장판사를 지난 6일 <‘선거법 1호 해설가’ 이정렬 부장판사 “라면 먹고 올게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바 있다. 물론 트위터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큰 반향이 있었다.

본지가 이정렬 부장판사를 주목한 것은, 처음엔 그가 현직 대법관이 맡아 오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대법관을 퇴임한 김능환 위원장이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무자격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현직 판사로서 아니 어떤 공직자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관위는 발끈하며 이정렬 부장판사를 비판했다. 아마도 이 부장판사는 현재 선관위, 나아가 대법원과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불편한 관계에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본지가 이 부장판사를 더 주목한 것은 그의 소신,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 유권자들이 어떤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이 부장판사에게 질문하는 유권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매일 쏟아지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다. 선관위는 이런 상황을 어떤 판단하고 있을지, 표정이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실제로 11일 이정렬 부장판사는 트위터에 “일곱 시쯤부터 꼬박 답변 드렸는데 다 못하고 벌써 열두 시가 넘었네요. 내일 재판 날이라 자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 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내일 드리겠습니다. 목표 달성 못해서 죄송합니다. 편히 쉬셔”라고 양해를 구했다. 쉽게 말해 5시간 동안이나 질문에 답변한 것인데도, 아직도 답하지 못한 질문이 많다는 얘기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얼마나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그가 어떻게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듭 밝히지만 이정렬 부장판사를 칭찬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 부장판사와 일면식도, 전화통화로 목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다. 이런 기사일수록 더욱 멀리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요즘 언론의 역할이 실종된 듯 싶어 이런 숨은 공직자를 세상에 알리는 게 최소한의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왜 유권자들은 공직선거법 관련 문의를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부장판사가 지역구선거관리위원장을 4년 동안 역임한 공직선거법 전문가라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지역선거관리위원장은 무수히 많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곱씹어 보면 그 보다 작년 서울시장 등 재보궐 선거를 정점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을 받으며 선거방해위원회니, 선거간여위원회 등의 비아냥을 듣고 있는 데서도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일례로 공직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자주 묻는 질문>이라는 코너가 있다. 그야말로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질문에 선관위가 답하는 코너다. 하지만 13일 새벽 1시 이 코너를 클릭해 보면 왜 유권자들이 선관위를 찾지 않고 이정렬 부장판사를 찾는지를 쉽게 짐작케 한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얼마나 궁금한 것이 많은데, 선관위 홈페이지는 2010년 10월 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이나, <역대선거정보(실시현황, 투표율, 당선인, 후보자,)를 알고 싶어요>라는 선관위가 작위적으로 올려놓은 정보가 가장 최신 것이다. 국민이, 유권자가 현재 직접적으로 궁금해하는 정보는 없다는 얘기다.

13일 새벽 1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화면 캡처

아마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인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선거법 관련 문의가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게다가 자유게시판에 선관위를 질타하는 글들도 많지만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선관위가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본지가 지난 6일 이정렬 부장판사 기사를 다룬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또 기사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국민 즉 유권자들이 이 부장판사를 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렬 부장판사에게는 하루 종일 공직선거법 관련 문의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는 업무를 끝낸 후 저녁 시간에 답변을 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질문 중에 이것만은 꼭 알아야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아 처벌받지 않는 질문 중심으로 답변을 해 주고 있다. 비슷한 질문을 하는 일부 유권자들이 섭섭해 할 지경이다. 그래도 이 부장판사가 혼자 쉼 없이 하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격려가 쏟아진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트위터 등에 쏟아진 유권자들의 질문과 답변을 일일이 모두 소개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엔 유권자들을 위해 또 고생하는 이정렬 부장판사를 위해, 그를 칭찬하는 트위터 말들을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12일 밤 10시 20분경...(추측)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이정렬 부장판사는 트위터에 “재판 끝나고, 밥 해먹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나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내일 아침 일찍 부재자 투표하러 가야 되어서 일찍 자야 되는데... 암튼 밀린 답변 빨리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올렸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기자는 웃음이 빵 터졌다. “정말 이정렬 부장판사는 이런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복잡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이정렬 부장판사의 가족이 있는 집은 서울인데, 순환 보직 관계로 현재 창원지법에서 근무하고 있고, 혼자 생활하고 있다. 평소 그가 혼자 차린 밥상을 ‘만찬’이라며 즐겁게 사진을 찍어 올린 트위터 사진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자 dondaOOO이라는 유권자는 “에고 진짜 꼭 한번 찾아뵙고 싶으신 분 1위십니다. 그땐 설거지 제가 하겠습니다. 꾸벅”이라고 선거법 관련 해설에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도 “고맙습니다. 그래도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치워야죠^^ ”라고 쑥스러워 했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나 홀로 숨은 노력을 알아주는 유권자들이 꽤 많지만 극소수만 소개하면 mythOOO는 “따뜻한 음료수라도 전해드려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자, 이 부장판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네요. 선생님 마음처럼 따뜻한 것을 전해 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화답했다.

또 chanOOO이 “판사님 이번선거에 투표인증샷 올리면 맞팔 이벤트 하시나요??”라고 인기를 실감하는 질문을 던지자, 이 부장판사는 “제까짓 게 무슨 그런 깜이나 되겠습니까? 맞팔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중략) 귀한 말씀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moonokOOO은 “우리 판사님. 답변하시다 늙겠어여. ㅋㅋ큐”라고 답변하느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줄이는 것을 우려하자, 이 부장판사는 “재미있어요. 공부도 되구요. 졸린 게 흠이지만^^”이라며 정겨워했다.

여기까지는 그냥 인사치례 정도다.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유권자들의 칭찬의 덕담은 점점 더 고조됐다.

eanOOO은 “판사님 요즘 너무 바쁘신 것 같아요. 음... 굳이 비교하자면 박원순 서울시장님급인데요 ㅎㅎ 덕분에 선거법 공부 잘하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쉴 땐 푹 쉬세요!!”라고 걱정과 아울러 칭찬하자, 이 부장판사는 “시장님과의 비교는 너무나 과찬이십니다. 손발 오그라들어요”라고 자세를 낮추며 쑥스러워 했다.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찬사의 절정은 이것이다. WilOOOO “노고가 많으십니다. 선관위장으로 추천합니다”라며 유권자인 시민이 이 부장판사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이다. 앞서 얘기한 듯 웃음이 터지다, 상기됐고, 기자는 기사를 작성해 봐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어떻게 답했을까. 그는 “고맙습니다. 근데, 관례적으로 대법관이 해 왔거든요. 지금 중앙선관위원장인 김능환씨처럼 저도 무자격자여서... ”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자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혹시 비판적인 의견은 없는지, 정말 꼼꼼히 살펴보니 딱 하나 눈에 들어왔다. 찾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이정렬 부장판사의 국민을 위한, 유권자를 위한, 중앙선관위를 대신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유권자도 있었다.

iksuOOOO은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비아냥이었다.

어렵게 찾다보니, 참 눈길을 끌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어떻게 답했을까.

궁금하다면 이정렬 부장판사의 트위터(http://twtkr.olleh.com/thundel)를 직접 확인해 보면 뜨거운 선거법 질문과 해설이 담긴 답변을 경험할 수 있다.

트위터 홍보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라는 참정권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나홀로 고군분투하는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싶어 로이슈가 독자를 위해 처음으로 트위터 계정을 알려 드립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또 이렇게 선거법 관련 답변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는 트위터에 “아이구... 벌써 열두시네요. 오늘도 질문 따라잡기 미션 실패!!! 내일 아침 여섯 시에 첫 번째로 부재자투표 하려고 했거든요. 쉽지는 않겠지만... 먼저 자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셔요, 트친님들”이라는 말을 남기며 13일 부재자투표를 위한 잠을 청했다.

한편 이정렬 부장판사는 “부재자투표 용지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받아갔다는 말씀을 주시는 분들께서 너무나 많네요. 전국의 집배원님들. 날도 춥고 과중한 업무에 고생이 많으시겠지만, 등기우편배달에 관한 규정을 꼭 좀 지켜주셔요. 간곡히 부탁드려요”라는 당부의 말을 올리기도 했다.



<로이슈는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로이슈가 트위터 계정 허락도 없이 국민들에게 소개해 드린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혹시 이로 인해 앞으로 더 바빠지더라도, 로이슈는 이정렬 부장판사의 공직선거법 해설에 적극 공감하기에 알려드린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선거법 해설에 관한 전향적인 검토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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