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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육상조직위 상대로 경품당첨자 승소

대구지법 “앉은 좌석으로부터 경품행사장까지 가는데 충분한 시간 줘야”

2010-06-03 16:01:0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끝난 뒤 실시한 경품행사에서 자동차 경품에 당첨된 고교생이 본부석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로 수상이 무효 처리되자 대회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결국 이겼다.

작년 9월 2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끝난 직후 경품 추첨행사에서 1등인 아반떼 하이브리드승용차(2382만원 상당)에 당첨된 L군은 기쁜 마음에 엄마와 환호성을 질렀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기뻐해 줬다.

경품행사는 대구스타디움 본부석에서 진행됐는데, 진행자는 1등 당첨 번호를 1차 부르고, 곧바로 다시 당첨 번호를 불렀으며, 바로 이어 “다시 한 번 부릅니다”라고 말하고 당첨 번호를 3차 고지한 후 “당첨되신 분은 본부석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료좌석 B석 구역에 위치해 본부석으로부터 182m 정도 떨어진 L군을 발견하지 못한 진행자는 “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호명합니다”라고 말하며 당첨 번호를 4차 고지한 후 “하나 둘 셋, 무효처리하고 재추점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무효처리 및 재추첨 고지 완료는, L군의 1등 당첨 번호 1차 고지로부터 불과 45초, 2차 고지로부터 38초, 3차 고지 및 ‘당첨자는 본부석으로 나와달라’는 고지로부터 28초, 4차 호명 완료로부터 8초 후에 이루어졌다.

진행자는 무효처리 및 재추점 고지로부터 18초 후 다시 당첨번호를 불렀고, 이때 추첨 장소인 본부석 바로 뒤쪽 좌석의 관람객이 당첨됐다고 환호하자 이를 듣고 “당첨자가 나왔습니다. 본부석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무렵 본부석에 도착한 L군과 엄마는 당첨자임을 주장했다. 난감한 사회자는 관객들에게 L군과 2차 당첨자 중 누구를 1등 당첨자로 확정할 것인지 묻기도 하고,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와 상의한 후 2차 당첨자를 경품행사의 1등 당첨자로 확정해 승용차를 인도했다.

그러자 L군은 “당첨을 무효처리하고 재추첨을 실시한 것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첨사실을 확인하고 본부석까지 이동할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 당첨을 무효처리해 버린 것은 효력이 없으므로 자신에게 승용차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대회조직위원회는 “사회자가 원고의 당첨 번호를 4회에 걸쳐 천천히 부르면서 당첨자를 찾기 위해 관중석을 확인했으나 본부석에서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환호성 등의 당첨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1등 추첨 후 나머지 추첨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자가 경품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부득이하게 원고의 당첨을 무효화하고 재추첨을 실시한 것이므로, 당첨을 무효처리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강동명 부장판사)는 1일 L군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경품당첨자확인 등 청구소송(2009가합14351)에서 L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경품제공자가 추첨 결과 당첨된 번호를 고지하는 행위는, 당첨자가 경품제공자에게 그 당첨번호를 제시하고 경품 수령 의사를 밝히기만 하면 경품제공계약이 체결된다는 점에서 경품제공계약(증여)의 청약으로 봐야 한다”며 “경품행사의 진행자가 원고 당첨 번호를 고지한 행위는 원고에게 승용차 경품제공계약(증여)의 청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청약이 승낙기간을 ‘경품행사의 계속 진행을 위한 상당한 시간 내’로 정한 이상, ‘상당한 시간’은 경기장 유료석 맨 끝에 앉은 사람이 최초 당첨번호 고지 후 당첨사실을 확인하고 본부석으로 나와 당첨번호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걸릴 것으로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 유료석 맨 끝에서부터 본부석까지의 이동거리는 215m 정도이므로 보통 성인이 걸어올 경우 2분 35초에서 3분 13초 정도 걸리는 점, 당첨 사실의 (재)확인, 자축 및 주변 사람들의 축하로 인해 경품 당첨 사실을 확인하고 본부석으로 출발하기 전 이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인 보통인 점, 당시 경품행사 응모자들과 귀가하는 관람객들로 붐비는 계단과 좁은 통로가 포함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은 최소한 4분 이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청약 철회는 원고 당첨번호 1차 고지로부터 45초 후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아무리 경품행사를 신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초 원고 당첨번호 고지로부터 45초가 경과한 것만으로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고 도저히 볼 수 없고, 이는 유료석 맨 끝에 앉은 사람이 본부석까지 215m를 45초 안에 가려며 최초 당첨 고지가 끝나자마자 평균 초속 4.7~4.8m의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청약 철회는 승낙기간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이고, 원고가 진행자에게 당첨번호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승용차를 경품으로 제공해야 하는 계약이 성립된 것이므로, 원고에게 승용차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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