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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차량 등화켜지 않은 과실과 사망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기사입력 : 2019.09.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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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지난 1995년 신축청사를 준공하며 새긴 '자유, 평등, 정의' 문안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로이슈 전용모 기자]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도로 우측에 정차하고 있던 차량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가해차량 오른쪽 앞부분으로 충격하고, 마침 작업을 마친 후 작업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도로 위를 도보로 이동하던 피해자를 충격해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비정상적인 음주운전이 원인이 되었다고 보일 뿐,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피고 차량들의 주차 위치나 등화를 켜지 않은 것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1심은 일몰 이후 피고 차량이 등화를 켜지 않은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운전자 B씨는 2011년 10월 28일 오후 6시경(일몰시각 오후 5시40분 22초) 전북 진안군 진안읍 외오천마을 앞 편도 1차로를 혈중알코올농도 0.287%의 주취 상태에서 무보험차량(가해차량)을 운전해 장수 쪽에서 오천리 쪽으로 진행하던 중 도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 차량1을 발견하지 못하고 가해 차량 오른쪽 앞부분으로 피고 차량1 왼쪽 뒷부분을 들이받고, 마침 전선 지중화 작업을 마친 후 피고 차량1 앞에 주차된 차량(피고 차량2)에 탑승하기 위해 도로 위를 도보로 이동 하던 A씨를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보험회사)는 A씨의 유족들에게 이 사건 제1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으로 2014년 12월 19일까지 1억5132만3680원을 지급한 후, A씨와 이 사건 제2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인 원고에게 중복보험에 따른 분담금(2분의1)으로 7566만1840원을 청구했다.

원고 보험회사는 피고 보험회사의 청구에 따라 2015년 2월 26일 피고에게 7566만1840원을 지급했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가해 차량의 과실 외에도 피고 차량이 야간에 불법주차한 과실, 이 사건 작업차량의 위와 같은 과실이 경합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지급한 분담금을 반환하라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5가단207925)인 서울남부지법 노태헌 판사는 2016년 1월 15일 “원고가 피고의 청구에 응하여 7566만1840원을 지급한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으므로, 피고는 이를 원고에게 반환(부당이득금)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노 판사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각은 일몰 이후이므로, 피고 차량에 등화를 켜고 있었다면 B씨가 피고 차량을 충분히 피해 운행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 차량 운전자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인공조명 없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시민박명(civil twilight)의 상태였다거나 B씨가 주취 상태였다고 하여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 판사는 “피고는 원고의 구상권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구상금 채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피고는 1심판결이 취소를 구하며 항소했다.


항소심(2016나51724)인 서울남부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최규현 부장판사)는 2016년 9월 23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비정상적인 음주운전이 원인이 되었다고 보일 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피고 차량 1, 2의 주차 위치나 등화를 켜지 않은 것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그러자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019년 8월 29일 원고 보험사가 피고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한 구상금 상고심(2016다259417)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가해자가 비록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피고차량들이 점등을 했을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가해자가 보다 멀리서 피고차량들을 발견하거나 그에 따라 감속 등의 조치를 취하였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도로교통법상 주정차방법을 위반해 점등을 하지 않거나 도로 우측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피고차량들의 과실과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가해차량의 과실이 중대하다고 하여 피고차량들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도로교통법상 주정차방법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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