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무게는 신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군인사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한 징계는 중징계(파면·해임·강등·정직)와 경징계(감봉·견책)로 구분되며, 병에 대한 징계는 강등·군기교육·감봉·휴가단축·근신·견책으로 구분된다. 직업군인에게 파면이나 해임은 단순한 불이익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생계와 연금, 쌓아온 경력 전부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병의 경우 신분 자체를 잃을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군기교육이나 근신 처분을 받으면 그 교육·근신 일수만큼 전역일이 그대로 늦춰지고, 처분 이력이 인사기록에 남아 이후 진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신분에 따라 무서운 지점이 다를 뿐, 어느 쪽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는 유형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난으로 시작된 폭행·가혹행위다. 군형법 제62조는 직권을 남용하거나 위력을 행사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는데, 선후임 간의 장난이나 훈육 목적이었다는 항변은 실무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위원회에서는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정도, 반복성 여부 등을 근거로 중징계를 의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둘째, 군내 성범죄다. 군형법은 제15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별도로 두어 일반 형법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한다. 폭행·협박으로 강간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군형법 제92조), 폭행·협박으로 추행한 경우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같은 법 제92조의3)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벌금형으로 끝나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처음부터 결이 다르다. 이런 사건은 형사처벌 수위와 무관하게 징계 단계에서 파면·해임 등 최고 수위의 처분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상관모욕이다. 군형법 제64조는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경우(제1항)뿐 아니라, 문서나 그림 등을 이용해 모욕한 경우(제2항)도 함께 처벌한다. 최근에는 SNS나 단체 채팅방에 남긴 부정적인 표현이 문제가 되어 수사·징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술자리에서의 우발적인 발언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넷째, 항명이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은 경우를 처벌한다. 다만 이 죄는 명령을 내린 자가 실제 상관의 지위에 있는지, 그 명령이 직무에 관한 정당하고 적법한 것인지, 반항·불복종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를 각각 따져야 성립하는 범죄여서, 명령 자체의 적법성이나 구체성을 다툴 여지가 의외로 넓다. 이 부분을 초기에 제대로 짚지 못하면 다툴 수 있었던 사안도 그대로 인정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각 사안마다 성립 요건과 다툴 지점이 다른 만큼, 조사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형사처벌뿐 아니라 이후 징계 수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징계처분이 내려진 뒤에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군인사법 제60조는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이 처분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장성급 장교가 지휘하는 징계권자의 차상급 부대 또는 기관의 장에게 항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장교·준사관·부사관뿐 아니라 병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정되는 권리다. 항고가 접수되면 항고심사위원회(같은 법 제60조의2)가 구성되어, 징계 절차에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인정된 사실관계가 정확한지, 징계 양정이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하지는 않은지를 다시 심사한다.
항고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30일이라는 기한 안에 항고하지 않으면 그 처분은 그대로 확정되며, 이후 행정소송 등 다른 불복 수단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도 초기에 항고를 통해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파면·해임처럼 신분을 좌우하는 중징계일수록, 항고 단계에서 절차적 하자나 사실오인, 양정 과다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최종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과정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조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함께해 불리한 진술을 방지하고, 형사절차와 징계절차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고려한 통합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며, 사실관계와 증거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명자료와 의견서를 작성한다. 항고 단계에서는 절차적 하자와 양정의 부당함을 법리적으로 구성해 항고심사위원회를 설득하고, 필요한 경우 이후의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일관된 주장을 쌓아간다. 인권담당 군법무관의 조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전략을 짜줄 사선 변호인의 조력과는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군 징계는 단순한 행정상의 훈계가 아니다. 직업군인에게는 평생 쌓아온 경력과 생계가, 의무복무 장병에게는 온전한 전역과 향후 사회복귀가 걸린 문제다. ‘영창 며칠’이라는 통념과 달리, 사소해 보이는 사건도 군이라는 조직 안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사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늦어도 항고 기한이 도과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군형사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사건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서울 주사무소 황유빈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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