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울산시민연대·조국혁신당울산시당·진보당울산시당·정의당울산시당은 9월 7일 올해 울산시가 6개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적자보전 금액은 운영손실액의 97%인 1,519억 원이다. 여기에 올해 15억 원을 추가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약 45억 원을 추가해 운영손실액의 100%를 지원하기로 했다. 성과차등지원금과 차량 구입비, 공영차고지 등 별도 지원까지 포함하면 버스에 투입되는 재정은 연간 2천억 원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에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면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운영손실을 사실상 전액 시민 세금으로 부담하면서도 운영의 권한과 경영책임은 여전히 민간에 있다는 것이다.
-버스 파업, 사측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협상도 결국 울산시의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버스업체의 경영책임을 강화하거나 공공의 관리·감독을 확대하는 방안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813억 원에 달하는 미적립 퇴직금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퇴직금은 장기간 버스를 운영해 온 사업자가 당연히 준비하고 책임져야 할 비용이다. 울산시는 그동안 표준운송원가를 통해 버스업체의 비용과 적자를 지속적으로 보전해 왔고 퇴직금 항목도 포함돼 왔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막대한 미적립액이 발생했는지, 그동안 관련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고 집행됐는지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 시민 세금을 추가로 투입해 장기간에 걸쳐 미적립액을 메우는 것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더욱이 사측이 운영난을 이유로 ‘시 지원 예산’을 모두 퇴직금으로 적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면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운영손실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보전하고, 적정 영업이익까지 보장받으며, 차량구입과 인프라 비용 등까지 지원받는 버스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조차 충분히 적립하지 못한 채, 세금지원을 또 요구하면 과연 지금의 민간운영 체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재정지원의 투명성 역시 높여야 한다. 경실련과 공공교통네트워크의 전국 버스 운영실태 분석에서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표준운송원가 산정과 업체별 정산·집행 내역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재정지원의 확대가 실제 운행과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제 단순히 적자가 얼마인지 계산해 메워주는 것을 버스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시민이 부담하는 재정이 늘어나는 만큼 회계와 경영의 투명성, 노선과 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통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준공영제는 해답이 아니다
버스사업자와 버스노조 일각에서는 울산에도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준공영제는 민간이 회사와 사업권을 가지면서 운영적자와 일정한 비용을 공공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적 한계를 20여 년째 유지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준공영제 시행 지역에서는 재정부담 증가와 비용절감 유인 부족, 공공의 노선조정 권한 부족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특히 울산은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운영손실의 대부분을 보전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100% 지원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재의 민간운영 구조와 재정지원 방식의 문제가 영속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미 한계가 확인된 준공영제를 뒤늦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부담하는 재정에 걸맞게 운영의 권한과 책임 역시 공공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공영제 전환 방향 긍정적, 시민과 함께 구체화해야
이런 점에서 울산시가 그간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협약으로 체결한 단계적인 공영제 전환 추진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울산시는 3차 추경에 공영제 타당성 연구용역 예산 편성을 비롯해, 울산도시공사 내 교통팀을 두고 공공버스 운영 경험을 축적한 뒤 장기적으로 울산교통공사 설립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폐선 복구노선과 신규노선 등에 한정면허를 활용해 노선권을 공공이 확보하고 이를 공영운영의 기반으로 만드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버스업체 일시 인수에 따른 부채와 노동자 고용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신규·복구노선부터 공공의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현실적인 접근이다. 향후 트램이나 BRT 등 새로운 교통수단까지 고려한다면 버스와 신교통수단의 노선·배차·환승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공공운영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상이 내부 계획에 머물지 않는 것이다. 울산시는 공영제 연구용역과 도시공사 교통팀, 한정면허를 통한 노선 확보, 교통공사 설립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로드맵을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각 단계의 목표와 일정, 재정계획, 노선 확보 방안, 고용문제 등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공영제 전환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시민·노동자·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마련하고 연구용역 과정과 단계별 추진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어떤 노선을 우선 공영화할 것인지, 공영제 전환 이후 서비스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시민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현재 추진하는 공영제 타당성 연구, 도시공사 교통팀, 공공 노선권 확보, 교통공사 설립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전환계획을 공개하고 철저히 진행하라.
둘째, 공영제 전환 과정에 시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추진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참여구조를 마련하라.
셋째, 버스업체별 재정지원금의 산출근거와 집행·정산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의회가 검증할 수 있는 관리·감독체계를 마련하라.
넷째, 미적립 퇴직금 발생 원인 등 사측의 책무를 확인하고 책임을 지게하라.
버스 공영제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기존 업체의 부채와 고용안정, 효율적인 운영과 서비스 품질 확보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는 공영제를 미룰 이유가 아니라 더욱 책임 있게 준비해야 할 이유다.
울산시민연대 등은 반복해서 시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부담하는 만큼 시민이 통제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대중교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교통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만큼 이번에 시작한 공영제 전환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시민과 함께 책임 있게 실행해 나가기를 촉구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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