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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호의’로 건넨 밥 한 끼가 전과자를 만든다

2026-06-23 09:00:00

사진=김형원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김형원 변호사
[로이슈 진가영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적 관계와 공적 영역의 경계에서 법 위반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직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고액의 금품이나 명확한 대가성이 드러나는 노골적인 청탁 행위가 주로 문제 되었으나, 최근에는 직무 관련성의 개념이 폭넓게 해석되면서 일상적인 비즈니스 미팅, 친목 목적의 식사, 관행적이라고 여겨졌던 접대 행위까지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은 자신이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은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뿐 아니라 금품을 제공하거나 부정청탁을 시도한 민간인 역시 처벌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즉, 공직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품을 제공한 민간 영역까지 함께 규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법률에 대한 이해 부족은 의도치 않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직무 관련성’의 인정 범위가 과거보다 상당히 넓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인허가, 계약 체결 등과 같이 명확한 대가 관계가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는 당장 구체적인 사건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향후 직무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공직자에게 금품이 제공되었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컨대 인허가, 감독, 평가, 계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직무상 영향력을 가진 공직자에게 명절 선물이나 식사 대접, 골프 비용 부담 등이 제공될 경우, 설령 당사자 간 친분 관계를 주장하더라도 업무상 기대 심리가 개입되었다고 보아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은 전통적인 의미의 국가공무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임직원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 위원, 정부 정책 자문을 수행하는 민간 전문가, 일부 국공립 및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다양한 직군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들은 해당 업무 수행 기간 동안 법적으로 공직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법 적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지만 동시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적용 범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법 위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청탁금지법의 핵심 규율 중 하나는 금품 수수의 금액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이라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 즉 사교·의례·친목 등의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흔히 알려진 ‘3·5·10 기준’ 역시 이러한 예외 범위를 구체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실제 적용에서는 단순한 금액 기준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YK 강남 주사무소 김형원 변호사는 “동일한 금액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직무 내용, 금품 제공 시점, 이해관계의 존재 여부, 향후 업무 영향 가능성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인허가 심사, 입찰 평가, 수사 또는 재판 등과 직접 관련된 관계에서는 금액이 적더라도 엄격하게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청탁금지법은 금액 중심의 규제가 아니라 관계성과 직무 관련성을 중심으로 판단되는 구조이므로, 단순한 관행이나 호의라는 주장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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