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법률상 회식 성폭행이라는 별도의 죄명은 존재하지 않지만, 구체적 정황에 따라 다양한 형사 규정이 적용된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하고 술에 취해 사실상 거절이나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는 준강간죄가 적용된다.
강제적인 신체 접촉만으로도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가 검토된다. 특히 직장 상사가 인사권·평가권 등 영향력을 가진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성적 행위를 요구하거나 신체 접촉을 한 경우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해 별도로 처벌된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꼭 물리력일 필요는 없다. 인사 평가, 승진, 계약 갱신, 거래 지속 여부 등 상대방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를 쥐고 있는 지위 그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끝까지 한 잔 더 마시자”, “조금 더 이야기하자”며 2차·3차를 사실상 강요한 뒤 숙소나 모텔로 이동했다면 그 과정 전체가 위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다.
피해자라면 사건 직후의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 가능하면 빠른 시점에 병원 진료를 받고 상처, 옷 상태, 정신적 충격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당시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메모하고, 함께 있던 동료에게 메시지로 상황을 알린 기록, 택시 영수증·카드 사용 내역, 숙소 출입기록, CCTV 등 주변 정황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회사 내 신고 절차만 믿기보다, 경찰 신고나 전문 기관 상담을 동시에 진행해 2차 피해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해 혐의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초기 대응은 향후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호감이 있었다”, “분위기상 그런 줄 알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막연한 진술만으로는 사안을 설명하기 어렵다. 회식 전후 메시지, 좌석 배치, 이동 동선, 이후 연락 내역 등을 토대로 실제 동의 여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차분히 정리하고, 수사기관에 제출할 진술 방향을 법률가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의택 대표변호사는 “회식 이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술자리 문화와 조직 내 권력관계가 뒤섞여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초기 진술이 수사와 재판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사건이 드러난 직후부터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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