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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보다 문서가 중요해진 시대, 협의이혼에서 흔히 놓치는 문제들

2025-12-02 13:59:31

손지현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손지현 변호사
[로이슈 진가영 기자] 부부가 헤어짐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절차는 ‘협의이혼’이다.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재산·자녀 문제 등이 한꺼번에 얽히며 예상보다 복잡한 국면으로 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합의가 원활해 보이던 부부조차 막상 서류 작성 단계에 들어가면 갈등이 폭발하거나, 이미 작성한 합의서의 효력을 둘러싸고 나중에 분쟁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협의이혼은 신속한 종료가 장점이지만, 그만큼 사전에 정리해야 할 쟁점이 명확해야 안정적인 이혼이 가능하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손지현 협의이혼변호사는 “협의이혼은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 뒤에 ‘준비가 부족하면 나중에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함께 갖고 있다”며 “특히 재산분할·위자료·양육 관련 합의는 구두로만 정리하거나 감정적으로 흘려보내면 이후 다시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협의이혼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분쟁은 ‘이전에 작성한 문서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약속한 지급 조건이 실제 이행됐는지’, ‘양육비와 면접교섭권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이다.

협의이혼은 법원이 부부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재산이나 양육 문제를 심리해주는 절차는 아니다. 즉, 당사자가 스스로 모든 쟁점을 정리해 제출해야 하고, 합의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대로 ‘불완전한 이혼’ 상태가 시작된다. 흔히 “합의서만 쓰면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합의 내용은 추상적으로 적어서는 안 되고, 재산 항목·분할 시기·양육비 산정 방식·추가 비용 처리·면접교섭 일정 등 세부적인 문구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혹은 재혼 이후에라도 다시 분쟁이 발생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재산분할 합의는 이미 이혼 전에 작성했더라도 구체적이고 상호 이해하에 체결된 문서라면 유효성이 인정된다. 반대로 문구가 모호하거나, 급박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작성됐거나, 특정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구조라면 이후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된다. 협의이혼이라고 해서 ‘당시 감정으로 적은 단순한 메모’가 모두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합의의 목적·경위·내용의 명확성, 그리고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 여부가 모두 검토된다.

양육 문제 역시 협의이혼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충돌 지점이다. 법원은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부모가 감정적으로 주장을 내세우거나 상대를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 일방적 양육 방해, 약속된 면접교섭 무시 등이 반복될 경우, 사후적으로 결정 변경 신청이 제기되며 분쟁이 장기화되기도 한다. 협의이혼이 쉽게 보이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사실상 ‘공동 양육 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가깝다.

손지현 변호사는 “협의이혼은 갈등을 줄이고 신속하게 재정비할 수 있는 제도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재산과 양육을 둘러싼 합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법원 문을 두드리게 된다. 협의이혼은 단순히 인감을 찍는 절차가 아니라, 향후 수년간 이어질 생활 구조를 합리적으로 재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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