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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범죄자 5년새 40%↑..."경찰·보호관찰관은 번아웃"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재범률 65%로 일반범죄자 1.4배...전문인력·안전장치 시급

2025-10-10 15:17:46

정신질환 범죄자로 인한 현장 부담과 과제 현장 최전선의 형사사법공무원, 소진 위기 속의 사투

최근 5년간 전체 범죄자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5~1.1% 수준에 불과하다. 수치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체 범죄자 수는 2021년 이후 약 124만 명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정신질환 범죄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1만 3,915명이 집계돼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한우재·전예슬, 2025에서 재인용).

재범률도 문제다. 전체 범죄자의 재범률은 약 45%지만, 정신질환 범죄자는 65%로 무려 1.4배 높다. 단순히 늘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크다는 의미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범죄와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한우재·전예슬(숭실대)(2025)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가 2023년 1만 3,915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으며, 재범률은 65%로 일반 범죄자(45%)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절반이 월 1회 이상 폭력 피해를 경험하며 심각한 소진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정신건강 전문가 공동대응 체계 도입과 전담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이미지 확대보기
한우재·전예슬(숭실대)(2025)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가 2023년 1만 3,915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으며, 재범률은 65%로 일반 범죄자(45%)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절반이 월 1회 이상 폭력 피해를 경험하며 심각한 소진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정신건강 전문가 공동대응 체계 도입과 전담 인력 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 경찰·보호관찰관, 지역사회 안전의 최전선

경찰은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범죄나 위기 상황에 가장 먼저 대응한다. 실제로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10명 중 7명은 한 달에 1~3회 정신질환자와 접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신고 접수, 긴급 출동, 응급 입원 조치와 호송까지 일차적 책임을 맡는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현장 판단 기준은 늘 모호하다. 경찰관의 62%가 "위험성 판단의 애매함"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불규칙한 시간대, 예측 불가능한 돌발 행동, 환자의 비협조는 현장 부담을 가중시킨다.

보호관찰관 역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집행유예자나 출소자의 관리·감독, 치료 연계까지 담당하며, 치료명령 제도를 기반으로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 예방과 사회 복귀를 지원한다.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16.7%, 청소년의 2.5%가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만큼, 현장에서의 비중은 적지 않다. 그러나 순환보직 구조 탓에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려운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형사사법공무원이 가진 지식, 인식, 태도 등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효과성이 달라진다. 따라서 지역사회 내 형사사법공무원의 경험과 인식을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업무 분석을 넘어 정신질환 범죄자의 지역사회 재활과 재범 예방에 필수적이다. 한우재(숭실대)·전예슬(숭실대) 연구진은 '형사사법공무원의 정신질환자 관련 경험과 인식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보호관찰>) 논문에서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파악하고, 이것이 직무 소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했다.

■ 폭력과 돌발 상황에 직면한 현장의 목소리

정신질환 범죄자를 마주하는 과정은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다. 폭력 피해, 자살 현장 목격, 돌발 행동 등 극단적 상황이 빈번하다. 이로 인한 외상 경험은 경찰·보호관찰관 모두에게 장기적인 심리적 부담을 남긴다.

연구진은 전국의 경찰관 205명, 치료명령 담당 보호관찰직 공무원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범위는 일반 업무가 아닌 정신질환 범죄자와 직접 관련된 업무로 한정해 소진 정도를 측정했다. 설문 항목에는 대면·비대면 접촉 빈도, 대처 자신감과 어려움, 최근 6개월간 폭력 피해 경험, 정신질환자 업무 수행 중 도움 요청 방식, 정신질환 관련 지식·신념·자원 수준 등이 포함됐다.

■ 보호관찰관, 더 높은 접촉 빈도와 더 큰 소진

분석 결과 두 집단의 차이는 분명했다. 보호관찰관은 경찰보다 한 달 평균 정신질환자 접촉 빈도가 두 배 가까이 높았고, 폭력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도 많았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처 자신감과 관련 지식 수준, 긍정적 신념, 자원 활용 능력도 보호관찰관 쪽이 더 높았다.

그러나 소진 수준은 오히려 보호관찰관이 더 높았다. 대상을 더 자주 만나고 잘 알고 있음에, 그만큼 더 지치고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시 초동 대응에 집중하지만, 보호관찰관은 출소자나 집행유예자와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며 상담·지도·감독까지 수행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장기적인 관계가 감정노동을 크게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처 자신감이 높을수록 소진은 낮아졌다. 반대로 도움을 요청할 자원을 모르거나 지역사회 연결망이 부족할 경우 소진은 더 커졌다. 결국 업무의 연속성, 폭력 노출, 자원 부족이 소진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임이 확인됐다.

■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

정신질환 범죄자 수와 재범률 증가 속에서 형사사법공무원의 부담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전망 전체와 직결된다. 연구진은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경찰과 보호관찰관의 안전 보장이 선결 과제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월 1회 이상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해외처럼 정신건강 전문가와 함께 출동하는 공동대응 체계 도입이나, 형사사법기관 내 전문가 배치가 필요하다.

둘째, 현장 중심 전문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 결과는 대처 자신감이 소진 완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해외의 '위기개입팀(CIT)' 사례처럼,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높이고, 낙인과 편견을 줄이며,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보호관찰관 내에 정신건강 전담 직렬을 신설해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순환보직 대신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장기 근무를 보장하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과제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경찰과 보호관찰관을 함께 분석해, 정신질환자 관련 경험과 인식이 직무 소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정신질환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차단할 수는 없다. 결국 성공적 재활과 재범 예방을 위해서는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가진 인식과 경험을 개선하고, 소진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다.

정신질환 범죄자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질환 범죄자 대응 시스템은 사회 안전망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현장의 공무원들에게 안전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노력은 곧 우리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연구논문

한우재·전예슬(2025). 형사사법공무원의 정신질환자 관련 경험과 인식이 소진에 미치는 영향: 경찰 및 보호관찰관을 중심으로. 보호관찰, 25(1), 189-219.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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