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는 사회 환경이 아닌 사고의 문제"... 범죄자들의 기만적 사고 오류 - 피해 예방 위해선 범죄자 사고 특성과 전술적 행위에 대한 인식 필수
형사사건을 다룬 실화 프로그램이나 수사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왜 저런 말을 하지?” 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반인과 범죄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사고방식입니다. 범죄자는 일상적으로 왜곡된 인지를 사용해 현실을 재해석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스탠튼 사메노우(Stanton Samenow) 박사는 다년간의 범죄자 연구를 토대로 <범죄자 마인드(Inside the Criminal Mind)>(1984)를 통해 ‘범죄는 사회 환경이 아닌 사고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새뮤얼 요첼슨(Samuel Yochelson)과 공동 집필한 <범죄자의 성격 이론(The Criminal Personality)>(1976-1986)을 통해 범죄자의 인지 특성인 ‘기만적 사고 오류(errors in thinking)’를 제시하며 범죄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묘사하였습니다. 범죄자들은 남을 탓하거나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책임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인지대로 재정의하는 등의 만성적 사고 오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다년간 범죄자들의 인지를 연구한 사메노우 박사가 심리학 전문 매체 <싸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제시한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전술적 기만 전략입니다. 이러한 전술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처럼 범죄자 역시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길 원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통제 욕구는 ‘타인 지배’라는 방향으로 과장된다. 그는 기만, 위협, 폭력 등의 수단으로 타인을 굴복시키며, 그 과정에서 본심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한다. 그 결과, 범죄자는 타인을 조종하는 능력 자체에서 자존감을 느낀다.
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만의 전술을 자동화된 행동 패턴으로 익혀 왔다. 타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며, 종종 그마저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대화와 상황에서 항상 우위에 서려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곧 ‘극복해야 할 적’으로 간주된다. 다음은 범죄자가 사용하는 통제 전술이다.
■ 통제 전술 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의도적으로 흘리기
범죄자는 타인을 속이는 데 능숙하며 상대의 성향이나 약점을 파악한 후 대응 전략을 세운다. 그는 겉으로는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대화 상대를 안심시킨다. 예를 들어, 개선된 척하며 규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조기 석방이나 특혜를 얻으려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실제 내면의 사고방식은 달라진 적이 없으며 이는 표면적 이미지 조작에 불과하다.
■ 통제 전술 ②: 모호하게 말하며 책임 회피
범죄자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한다. “글쎄요,” “그럴 수도 있죠,” “아마도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등과 같은 애매한 표현을 반복하며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판단을 유보한다. 이 전략은 상대방이 그의 본심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만들며, 결국 심리적 주도권을 범죄자가 쥐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 통제 전술 ③: 화제를 돌려 초점을 흐린다
범죄자는 주의를 돌리는 데 능숙해, 대화 주제를 직접적이든 점진적이든 다른 쪽으로 전환시킨다. 스포츠, 시사, 주변 소문 등 관련 없는 주제를 끼워 넣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함으로써 대화의 초점을 회피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의심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고전적인 회피 기제다.
■ 통제 전술 ④: 선택적 사고와 침묵
범죄자는 타인의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다. 특히 그 견해가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더욱 그렇다. 범죄자는 상대의 말 중 일부만을 확대 해석하거나, 전혀 반응하지 않는 ‘침묵’ 전략을 사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용한다. 침묵은 대화를 차단하고 상대에게 이긴 듯한 착각을 주며 지배감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타인의 입장을 들을 의지조차 없다는 강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 통제 전술 ⑤: 상대를 탓하며 상황을 장악하려고 시도
범죄자는 명확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신이 오해한 것”이라며 상대방을 몰아세워 논점을 감정 싸움으로 유도한다. 때로는 평가자나 면담자의 태도나 말투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문제 제기를 상대의 잘못으로 전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대를 불편하고 방어적으로 만들어 자신이 우위에 서 있으며 이겼다고 느낀다. 또한, 단순한 사안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자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대화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 통제 전술 ⑥: 극단적인 일반화
범죄자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일반화한다. 예를 들어, 계산 실수로 거스름돈을 더 받은 사람과 자신의 대형 절도 범죄를 같은 ‘도둑질’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구분하려는 시도를 묵살한다. 행위의 맥락이나 정도를 무시한 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남들도 다 한다”며 극단적 일반화를 통해 정당화한다.
■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경계심 가져야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는 범죄 심리의 핵심 요소이다. 이는 범죄자가 수사를 받을 때에도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 수사관, 보호관찰관, 심리 전문가 등 범죄자와 직접 접촉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을 인식하고, 그 의도와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일반 시민 역시 이러한 전술을 인식하고 경계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는 범죄자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심리이며 수사 과정, 재판, 교정 환경 등 어디서든 발현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통제 전술을 간파하는 것이야말로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비뚤어진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원문 기사
“A Guide to the Criminal's Tactics to Seize Control”, Stanton E. Samenow, 2022. 10.2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연구자로미국신시내티대학교형사정책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 주요연구및관심분야는범죄행위의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분류및위험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교정개입의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실무자의직장내스트레스요인, 인력유지및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범죄자및개입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