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 환경에서 활도하는 '기업형 사이코패스'
- '기업형 사이코패스'가 가진 3가지 특징 : 폭력, 왜곡, 책임회피
지난 기사에서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사회복지사인 키 썬 박사(Key Sun, Ph.D., MSW, & MPH)가 <싸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글을 통해 관리자형 사이코패스가 감정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키 썬 박사가 조직 내 존재하는 이른바 ‘기업형 사이코패스(교육기관, 정부, 기업 등의 조직 내에서 활동하는 사이코패스)’의 가학성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조명하겠습니다. 아래 글은 키 썬 박사가 직접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기업형 사이코패스는 조직 내에서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지배한다. 이들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며 존재감을 유지하고, 왜곡된 대인 인식으로 폭력과 책임 회피를 정당화한다. 또한 피해자를 조작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감정 반응을 유도해 자신의 확신을 강화한다. 이런 행동은 조직 문화를 왜곡시키고 직원들에게 심리적 피해를 입힌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이팀
■조직 안에서 번영하는 그들, ‘기업형 사이코패스’
수많은 연구는 사이코패스가 얕은 정서, 충동성, 공감 능력 결여, 죄책감 또는 후회의 결여, 무책임함, 사회적으로 일탈된 생활양식과 행동 등의 특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위직에 오른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이러한 특성을 일부 공유하면서도, 권력과 지위를 활용해 조직 내부에 더 큰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들은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을 협박하거나 폭력 및 처벌로 통제하며 괴롭힌다. 이는 조직의 이익과 직원들의 정신적 복지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키 썬 박사는 이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독특한 지배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존재의 기반이 ‘타인의 권리 침해’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경계와 권리를 지속해서 침해함으로써 존재감을 유지한다. 그들은 타인을 괴롭히고 끊임없이 흠을 잡아 비난하며, 피해자의 행동, 사고, 결정, 선택 등을 통제하려 한다. 특히 의견 불일치에 극도로 불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는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고함이나 과장된 분노 같은 언어적·정서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대상의 성향을 분별해 가장 취약한 인물을 선별해 공격하면서, 상사나 필요한 사람에게는 매력적이고 순응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전략으로 조직 내 영향력을 행사하며, 타인의 정서적 고통을 보며 흥분과 지배감을 느낀다.
2. 왜곡된 대인 인식으로 폭력과 책임 회피 정당화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현실과 단절된 왜곡된 대인 인식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즉, 타인의 반응이나 소통 방식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토대로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고 지속한다. 특히 그들은 공포와 고통으로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이나 무능함을 타인이나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는 방어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 전혀 타당하지 않으므로 심각하게 왜곡된 대인 인식으로 간주된다.
3. 피해자를 끌어내려 자신만의 세계 유지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인 치료나 접근 방식으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곡된 확신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기생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조작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 상호작용의 규칙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지속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 사이코패스의 잘못된 행동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려는 피해자는 오히려 그들에게 자신의 확신을 강화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감정적 반응을 기대하며, 그러한 반응이 나올수록 “내가 옳았다”는 믿음을 강화한다.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겉으로는 과대 자아와 자기 찬양을 즐기지만, 내면적으로는 버림받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불안정한 내면적 확신에 매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리하며
기업형 사이코패스는 단순히 “조직 내 나쁜 관리자” 수준이 아니다. 이들은 다음 세 가지 독특한 특성을 통해 타인을 지배하고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① 타인의 권리 침해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유지한다.
② 왜곡된 대인 인식을 바탕으로 폭력성과 책임 회피를 정당화한다.
③ 피해자를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왜곡된 세계를 유지한다.
기업 내 사이코패스의 존재는 조직 구성원 개인에게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문화 전체를 왜곡하고 심리적·정서적 피해를 확산시킨다. 무엇보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정교하게 악용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전략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문 기사
“3 Features of Corporate Psychopaths’ Offensiveness”, Key Sun, 2023. 05. 23.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