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사건의 결과는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일상 복귀’라는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 궤도로 돌아오느냐가 핵심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애초에 없던 혐의까지 뒤집어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사건이 복잡해진 후에 변호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1심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그래도 2심, 3심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1심 결과는 재판부가 신중하게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대충 대응해놓고 단지 절차만 한 번 더 밟는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가 아니다. 수사기관은 이미 수천 건의 사건을 다뤄본 베테랑들인 만큼 유도 신문이 초 단위로 전개되며, 그 앞에서 피의자가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경찰 조사 이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최초 조서의 흐름을 기준 삼아 이후 모든 진술과 정황을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진술 일관성을 확인하는데, 사소한 말실수 하나나 애매한 표현 하나도 유죄 추정의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초기 대응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 말할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명확히 하는데 있다. 피의자의 말투, 감정 반응, 질문에 대한 반응 패턴 등을 분석해 불리한 진술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사 과정에서의 실수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방어권은 권리이지만,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는 단순히 사실만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피의자의 태도, 논리력, 말투까지 전반적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첫 진술은 이후 수사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므로, 예상 질문에 대비한 구조화된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수사기관은 불리한 정황에 집중하므로, 문자, 녹취, CCTV 등 유리한 증거는 피의자 스스로가 철저히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 피해자와의 조기 합의 또한 수사기관의 판단 및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사 절차 초기부터 병행해야 한다.
비록 경찰 조사에 변호인이 동석할 수는 있지만, 직접 답변할 수는 없다. 수사기관은 오직 피의자 본인에게 질문하므로, 이에 대한 답변 역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이때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투와 표현까지 철저히 점검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법률가와 모의 조사 시뮬레이션을 훈련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수사관인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이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법리 검토를 넘어 실제 수사기관의 질문 방식과 진술 유도 패턴을 반영해 실전형으로 경찰 조사에 대비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피의자의 언어 습관을 분석한 뒤 실제 상황처럼 답변을 연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고 흐름을 점검하고, 불리한 표현은 교정하며, ‘반문’, ‘압박’ 등 다양한 수사 기법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진술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조력은 전략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다. 단순히 법률 지식만 갖춘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시각과 판단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방점이 찍히고’, ‘어떤 진술이 핵심으로 작용하는지’를 현실적으로 분석하여, 피의자가 말해야 할 부분과 피해야 할 부분을 전략적으로 설계한다. 실제로 피의자들을 ‘기소’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방어를 돕는 만큼, 그 강점은 명확하다.
대구 법무법인 가나다의 검사 출신 형사 전문 변호사인 이수진 변호사는 “형사 사건은 결국 ‘해석의 영역’이며, 수사기관이 어떤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혐의 유무가 갈린다. 수사의 흐름을 정확히 아는 전문가와 함께해야 진정한 방어가 가능하다. 형사 사건은 절대 수동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 만큼, 피의자 스스로가 전략을 세우고 실전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경험과 구조를 이해하는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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