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공제되어야 하는 변호사보수의 액수와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로써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1다202309 판결 등 참조).
원심(2024나2008681)인 서울고법 제38-1민사부(재판장 정경근 부장판사)는 1심(의정부지방법원 2024. 1. 18. 선고 2021가합59427)판결은 정당하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에 따라 망 C의 사망으로 피고가 수령한 보험금 등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돈의 50%에 해당하는 3억 7069만64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공제의 범위와 관련하여 피고가 L 주식회사(이하 ‘L’이라고 한다)로부터 받은 확정판결에 따른 금원 중 피고 고유의 위자료 2000만 원이 공제되어야 하고, 위 보험금 관련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착수금만 아니라 '성공보수'도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망 C(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9. 11. 21. 사망했고, 원고는 망인의 부친이며, 피고는 망인의 배우자이다.
원고를 대리한 E와 피고는 2020. 2. 18.경 망인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등 분배와 관련하여 이 사건 각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피고가 “C(배우자) 보험, 보상금을 (시아버지)에게 추후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 남은 금액에 대하여 합의한다. C 채무변제, 소송비용, 선임비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 50%를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와 망인의 모친 D는 2020. 2. 20. 상속포기심판청구를 하여 2020. 2. 24. 그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음으로써 피고가 망인의 단독 상속인이 됐다.
원고, 피고, D는 2020. 2. 21. 망인 소유이던 부동산을 피고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했고, 그에 따라 피고는 2020. 2. 24. 위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2020. 3.경 K 주식회사로부터 망인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으로 2억 원을 수령했다.
피고는 망인의 사망 관련 가해차량 보험사인 L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197359).
법원은 2021. 7. 6. L에 대하여 피고가 상속한 망인의 손해배상금 6억 2111만9882원과 피고 고유의 위자료 2000만 원의 합계 6억 4111만988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L은 2021. 7. 19. 피고에게 가지급금으로 6억 9602만7860원을 지급했다.
위 1심판결에 대해 피고와 L이 모두 항소했고 항소심은 2022. 3. 4.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추가로 4492만616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으며, L은 2022. 3. 16. 가지급금으로 5077만8510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그 후 위 판결은 확정됐다(이하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피고는 관련 소송에서 박재현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220만 원(부가세포함)을 지급했고, 확정판결에 따른 사례금으로 확정된 인용 금액의 20%(부가가치세별도)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관련 소송의 확정판결에 따라 피고가 L로부터 받은 금원에 포함된 피고 고유의 위자료도 이 사건 각서에 따라 정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보고, 이 사건 각서 기재와 달리 망인의 보험금 등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돈 중 1/3상당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각서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등에서 공제되는 '선임비'에 관련 소송에서의 위임약정에 따라 지급된 '착수금'만 포함되고 성공보수에 해당하는 '사례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상 ‘선임비’는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함께 일컫는 것이고, 착수금만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하기 어렵다. 이 사건 각서에서 공제되는 금원으로 ‘소송비용’과 ‘선임비’를 함께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관련 소송에서 부담하게 된 변호사 비용을 모두 공제하기로 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이 사건 각서 작성 당시 아직 관련 소송이 진행되지 않아 망인의 보험금 등 구체적인 액수가 확정되기 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C 채무변제, 소송비용, 선임비에 사용된 금액’이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채무변제’ 관련 공제액 등과 달리 소송대리인에게 지급된 보수만 이 사건 각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이미 지급된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피고는 L으로부터 가지급금으로 받은 7억4680만6370원을 기준으로 그 20%에 해당하는 1억 6429만7401원이 사례금으로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관련 소송의 판결에서 인용한 원금에 지급일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송위임계약에 정한 ‘확정 인용금액’이 ‘확정판결에서 인용된 원금’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피고가 그에 따라 지급받은 판결원리금’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피고가 L으로부터 이미 보전받았거나 소송비용액 확정절차 등을 통하여 보전받을 수 있는 소송비용은 얼마인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그 공제 범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서에 따라 공제되어야 할 ‘선임비’에 관련 소송에서 지급된 착수금만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공제되어야 하는 변호사보수의 액수와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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