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루밍 성범죄는 명확한 폭력이나 위협 없이도 성립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조종당한 상태였을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가 취약계층, 심리적 의존 상태에 있었던 경우라면, 가해자는 자신의 우위를 활용해 심리적 지배 구조를 형성하고 피해자의 의사결정 능력을 제한하게 된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오랜 시간 혼란과 죄책감 속에 머물며, 신고나 법적 대응을 결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법적으로는 ‘위계에 의한 간음’ 또는 ‘업무·고용·권력 관계에 따른 성적 착취’로 판단되며, 단순히 명시적 강요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판례는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과 관계의 비대칭성을 보다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강요’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울 여성특화센터 장예준 변호사는 “그루밍 범죄는 피해자가 침묵 속에서 오랜 시간 고통을 견디는 구조를 띱니다. 처음에 거절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동의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율적인 동의는 외형적인 행동이 아니라, 심리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만 유효하다. 지배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결코 자유로운 선택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장예준 변호사는 “피해 사실을 말하는 데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정서적으로 흔들리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법적 보호 안에서 회복의 방향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중요한 건, 관계의 형태보다 피해자의 감정과 판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