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범죄 청소년의 부모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다"

미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던진 질문..."자녀의 범죄 행위에 대한 부모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 인가?"

2025-03-31 11:44:58

청소년 범죄, 부모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 인가?

대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2018-2022) 14세에서 18세의 소년 범죄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대중은 오히려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느낍니다. 그 이유는 청소년이 저지르는 강력 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출처: 청소년정책분석평가센터).

이에 촉법 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성년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부모가 대신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과연 부모는 자녀의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 2024년, 미국 미시간(Michigan) 법원은 부모가 자녀의 범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부모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1년 11월 30일, 제니퍼(Jennifer Crumbley)와 제임스 크럼블리(James Crumbley)의 아들, 이선 크럼블리(Ethan Crumbley)는 미국 미시간(Michigan)주 옥스퍼드 고등학교(Oxford High School)에서 총격을 가해 4명의 학생을 살해하고 7명을 부상시켰습니다. 이에 미시간 법원이 그의 부모는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자식의 범죄에 대해 부모에게 죄를 물은 첫 사례입니다.

임상 심리학 박사이자 가정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다룬 전직 검사인 미쉘 샤네스(Michelle Charness, JD, PsyD, LCSW)가 <싸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의 중요성과 부모의 법적 책임에 관한 복잡한 논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미국 법체계 내의 사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범죄와 부모의 책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합리적인 감독'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이선 크럼블리(Ethan Crumbley)이 일으킨 총격 사건에 대해 미시건 법원은 부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자녀 범죄에 대한 부모의 법적 책임 범위와 경고 신호 인지 의무에 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다./ 사진원본=AP연합뉴스 자료사진, 디자인=로이슈 디자인팀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11월, 이선 크럼블리(Ethan Crumbley)이 일으킨 총격 사건에 대해 미시건 법원은 부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자녀 범죄에 대한 부모의 법적 책임 범위와 경고 신호 인지 의무에 관한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다./ 사진원본=AP연합뉴스 자료사진, 디자인=로이슈 디자인팀

부모는 자녀의 범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부모는 자녀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경고 신호를 인지하고 대처해야 할 법적·심리적 책임이 있을까? 자녀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더 나아가, 내성적이던 아이가 부모가 제공한 총을 사용해 학교 총격범이 되었다면, 부모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법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난 2024년 4월, 미시간 법원은 부모가 자녀의 범죄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부모가 자녀에게 총을 제공하는 행위를 막고,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인가?

미시간 총기 난사 사건 개요

2021년 11월 30일, 제니퍼(Jennifer Crumbley)와 제임스 크럼블리(James Crumbley)의 아들, 이선 크럼블리(Ethan Crumbley)는 미국 미시간(Michigan)주 옥스퍼드 고등학교(Oxford High School)에서 총격을 가해 4명의 학생을 살해하고 7명을 부상시켰다.

  • 2021년 12월 1일: 이선(Ethan), 살인 및 테러 혐의로 성인 신분으로 기소됨.
  • 2021년 12월 3일: 부모(제니퍼와 제임스 크럼블리), 아들의 살인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됨.
  • 2023년 12월 9일: 이선, 종신형 선고받음.
  • 부모 역시 별도의 재판을 거쳐 각각 과실치사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15년 선고받음.

부모가 무시한 경고 신호는 무엇일까?

이 사건은 미국에서 부모가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해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이선은 수개월 동안 부모에게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지만, 검찰은 부모가 명백한 경고 신호를 무시했고, 아들에게 직접 총을 제공한 점을 문제 삼았다.

  • 2021년 3월 9일: 이선이 어머니에게 "집에 침입자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집에 올 수 있어?"라고 문자 보냄.
  • 같은 달: 이선이 환각 증상을 보이며 "집이 귀신 들렸다"며 "악마가 그릇을 던진다"고 글을 씀.
  • 2021년 4월 5일: 친구에게 "911에 신고하고 싶지만, 부모님이 엄청 화낼까 봐 걱정된다"고 말함.
  • 이선의 일기: "내 어두운 면과 싸우고 있다", "부모님은 내 말도, 치료받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기록.
  • 2021년 봄: 이선이 아기 새들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새의 머리를 잘라 보관함.
  • 2021년 11월 26일: 아버지(제임스 크럼블리)가 아들에게 9mm 권총을 구입해 줌.
  • 11월 29일: 수업 중 이선이 휴대폰으로 총알을 검색하다 선생님에게 적발됨. 이에 어머니는 "다음번엔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문자 전송.
  • 11월 30일(총격 당일): 학교에서 이선이 "도와줘", "여기저기 다 피야"라고 적힌 그림을 그린 것을 발견하고, 부모에게 집으로 데려가라고 요청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함. 몇 시간 후 총격 사건 발생.

법적·심리적 논란: 부모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미시간주 검찰은 이번 사건이 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선이 보였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의 신호를 부모가 반복적으로 무시한 점과 총기 제공이라는 중대한 과실을 근거로 기소를 강행했다.

재판을 맡은 매튜스(C. Matthews) 판사는 "이 사건은 단순한 ‘나쁜 부모’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식했을 명백한 경고 신호를 부모가 무시한 것이 핵심"이라고 판결했다. 법적 판단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리적인 사람(reasonable person)’ 기준을 적용하여, 부모의 행동이 극단적으로 부주의했음을 강조했다.

합리적인 부모라면, 자녀가 환각을 경험하고 목소리를 듣는다고 호소할 때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하며, 특히 그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총을 제공하는 것은 극도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부모 처벌이 총격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부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학교 총격 사건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폭력은 가족 환경, 신경생물학적 요인, 학업 성취도, 성격 특성, 미디어 폭력 노출, 약물 남용, 사회적 배척, 정신 건강 문제, 총기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과 연관된다.따라서 부모의 행동과 총기 접근성만을 문제 삼아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 방식일 수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번 판결이 검찰이 부모를 과도하게 기소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사건과 달리, 많은 부모는 자녀의 정신 건강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도 비극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부모 처벌이 실질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책임 전가에 불과할까?

한편, 피해자 가족과 지역사회는 범인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 한다. 이번 사건에서 크럼블리 부부는 그러한 책임을 부과할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학교 총격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부모를 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있는 연구와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급 효과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범죄 청소년의 부모 처벌' 판결 가능할까?

이 사건은 부모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만약 한국에서도 아동·청소년이 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인해 강력범죄를 저지른다면, 대중과 법조계, 범죄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단순히 부모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문 기사

<Are Parents to Blame for the Crimes of Their Kids?>, Michelle Charness, Psychology Today, 2024. 05.23.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