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감사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수백 차례에 걸친 규정위반을 통해 고위직 자녀를 특혜 채용하는 등의 심각한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선관위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곽규택 국회의원(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은 선관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내부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7일 대표 발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선관위 감사위원회의 정기 감사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회의 추가 감사 필요 시 감사원에 외부 감사 요청 가능 ▲감사 결과의 인터넷 공표 및 국회 보고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특별감사관 운영이 6개월로 한시적이라 특별감사관 운영 이후에는 외부 감사 대책이 전무하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곽규택 의원은 “공정성과 중립성이 핵심인 선거관리위원회가 각종 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선관위를 감시‧견제할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여론에 따라 개정안을 마련했다” 며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내‧외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사를 통해 선관위의 각종 비리를 근절하고, 감사 체계를 강화하여 국민의 신뢰 또한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입법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2년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자녀가 특혜 채용되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후, 선관위가 자체조사를 실시하고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제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특별채용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국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선관위가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291차례의 경력 채용에서 878건의 규정위반 사례가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가족·친척 채용을 청탁하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등 사실상 선관위가 ‘가족회사’처럼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선관위의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할 실질적인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발의된 곽규택 의원의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선관위 감사위원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계획을 수립하고 감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선관위 감사위원회가 자체 감사 결과를 검토한 후, 추가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의결을 통해 감사원에 외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어 △선관위는 감사위원회의 자체 감사 및 감사원의 외부 감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도록 하여 국민이 직접 감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감사 결과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여 입법부 차원의 견제기능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곽규택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곧바로 부패행위에 대한 성역을 인정하는 것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되며, 부패행위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어느 영역에서나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결문에 명시한 것처럼, 독립성이 곧 면책특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개정안을 통해 선관위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곽 의원은 향후 감사원법 개정을 통해 선관위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경우 감사원이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추가 개정안도 발의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