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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북한주민 상대 법무법인 보수약정과 위임약정 무효 원심 파기환송

2024-04-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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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법원 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법무법인 원고가 북한주민인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보수약정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무보수로 이 사건 위임약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보수약정과 함께 이 사건 위임약정도 무효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3다298670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라고 본 원심은 수긍하면서도 위임약정까지 무효로 본 원심은 수긍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위임약정이 유효한 이상, 위임약정에 따른 보수액은 사건 수임의 경위, 사건의 경과와 난이 정도, 소송물 가액, 승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얻는 구체적 이익,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 둔다고 했다.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이고, 피고들은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른 북한주민이다.

망 E는 2012. 3. 17.경 사망했고, 망 E의 상속인은 2013. 4. 22.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서울가정법원)을 청구했다.

피고들은 2015년경 망 G에게 피고들의 망 E에 대한 상속재산 일체에 관한 처분 및 관리, 변호사 선임, 소송 권한 등을 위임했고, 피고들로부터 위 권한을 위임받은 망 G는 2016년 초경 원고와 친생자확인소송, 상속회복 청구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 및 보수약정을 체결했다.
이 사건 위임약정 및 보수약정에 따르면, 수임인이 소송이나 화해, 합의 등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한 경우 위임인은 수임인에게 성공보수를 지급해야 하는데, 성공보수는 ‘총 상속지분의 30% 또는 이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하고, 친생자확인 및 상속회복 청구소송 등의 결과로 수령하는 돈에서 성공보수를 먼저 지급하여야 한다.

원고는 2016. 4. 15. 피고들을 대리하여 친생자관계존재 확인청구를 했고, 서울가정법원은 2018. 5. 25. 피고들과 망 E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는 위 소송의 항소심(서울가정법원I)에서도 피고들을 대리했고, 위 소송은 2018. 8. 22. 항소 취하로 확정됐다.

서울가정법원은 2016. 8. 12. 이 사건 상속재산분할심판 사건에서 일부인용 결정을 했다. 원고는 2016. 10. 5. 위 사건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에서 피고들을 대리하여 필수적 공동소송인 추가신청서와 보조참가신청서 등을 제출했고, 2017. 9. 28. 당사자추가신청서, 공동소송참가신청서, 증거(유전자검사결과에 관한 감정서) 등을 제출했다.

위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참가신청을 받아들였고, 2019. 2. 14. 피고들을 비롯한 망 E의 상속인들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다. 원고는 위 화해에 따른 피고들의 상속지분 평가액이 각 196억 2426만6000원 상당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보수약정에 따라 그 30%에 상응하는 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보수약정의 무효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무효이고, 피고들 재산관리인이 위 법 제15조에 따라 이 사건 보수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 본문은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아니하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하여 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남북가족특례법상 ’상속․유증재산 등‘은 상속 등으로 취득한 북한주민의 남한 내 재산과 상속․유증 받은 재산 등의 과실 또는 대가로 얻은 재산을 포함한다(남북가족특례법 제13조 제1항). 위와 같은 규정과 북한주민이 취득한 남한 내 재산이 북한으로 유출되어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남북가족특례법상의 북한주민 상속․수증재산 등 관리제도의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하면, 북한주민이 상속 등으로 취득한 재산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재산을 처분한 대가로 얻은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 역시 남북가족특례법 제15조에 따라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으면 무효이고, 그러한 법률행위가 재산관리인이 선임되기 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위임약정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위임약정과 보수약정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그 전부가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고,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로 된다면 무보수로 이 사건 위임약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보수약정이 남북가족특례법에 위반되어 무효로 되는 이상 이 사건 위임약정도 민법 제137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면 이 사건 위임약정은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하여 곧바로 이 사건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단지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다. 이러한 경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북한주민인 피고들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서 원고에게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원고에게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원고와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피고들의 상황과 남한 내 상속재산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법무법인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추후 선임될 재산관리인을 통하여 보수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보수약정 없이 먼저 위임계약만을 체결하는 것을 용인할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양 당사자는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 유지하려는 가정적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19다232277 판결 등 참조). 변호사에게 계쟁 사건의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에 그 보수 지급 및 수액에 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아니하였더라도, 무보수로 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분의 보

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 경우 그 보수액은 사건 수임의 경위, 사건의 경과와 난이 정도, 소송물 가액, 승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얻는 구체적 이익,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50229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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