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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이동식 책장 잡아당기며 책장이 넘어져 원생 상해 어린이집 원장 벌금형

2023-10-23 10:03:11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이미지 확대보기
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이원재 판사는 2023년 10월 10일 어린이집에서 이동식 책장에 책을 가지러 간 5세 여아가 책장을 잡아당기며 책장이 넘어져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된 사안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인 피고인(60대·여)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2023고정277).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어린이집 연장보육담당 교사인 B는 는 2022년 4월 27일 오후 4시 54분경 이 사건 어린이집 1층 교실에서 피해자 등 아동 6명의 연장보육을 담당하고 있었고, 피해자(5세·여)가 책을 보고 싶다고 하자 책장에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다.

당시 위 교실에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책장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책장이 움직이지 않도록 벽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성인에 비해 주의력이 부족한 유아들이 책을 꺼내기 위해 책이나 책장을 잡아당기는 경우 책장이 전도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이 사건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어린이집 소속 교사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피해자 등 영유아들의 생명ㆍ안전보호 및 위험방지를 위해 어린이집 시설을 미리 점검하고, 그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B는 원생들을 항상 주시하면서 잘 살펴 다치지 않게 보살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B는 이를 게을리 한 채, 피고인은 책장에 대한 위험요소를 살피지 않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B는 피해자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과실로, 책장에 책을 가지러 간 피해자가 책장을 잡아당기며 책장이 넘어져 피해자의 얼굴 부분에 부딪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과 B는 공동으로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비골골절, 얼굴 찰과상을 입게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어린이집 관련 법령 및 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비롯한 영유아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다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피고인에게 영유아들의 안전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판시와 같이 책장을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책장이 넘어져 피해자의 얼굴 부분에 부딪쳐 상해를 입게 된 것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피해자가 책장 쪽으로 뛰어가다가 거기에 그대로 얼굴을 부딪친 후 넘어지는 과정에서 책장을 붙잡아 책장이 넘어지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상해가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단독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상해를 입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책장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고, 벽에 밀착되어 있기는 했으나 고정되어 있지는 않아 손쉽게 움직일 수 있었으며, 그 상단에 8권 정도의 책이 꽂혀 있었을 뿐 하단에 책장이 쉽게 움직이거나 전도되는 것을 방지하는 무거운 비품이 보관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책을 꺼내기 위해 이 사건 책장이나 거기에 꽂혀 있는 책을 잡아당기는 경우 이 사건 책장이 전도될 위험은 상존하고 있었다고 판단되고, 그와 같은 판단은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이 사건 책장을 오랫동안 사용하여 오는 동안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정기적인 평가인증, 보건복지부 등의 감사에서 이 사건 책장의 위험성이 지적된 적은 없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상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5세 여아의 평균 신장은 100cm에 가깝다. 바퀴의 높이까지 고려한 이 사건 책장의 전체 높이가 90cm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책장으로 빠르게 다가가다가 이 사건 책장 상단부에 얼굴을 부딪칠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적인 상황이 아닌 동적인 상황에서 5세 여아
수준의 반응속도 및 악력으로 이 사건 책장을 잡아 넘어뜨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원장인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피해자가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골골절 등 상해를 입게 된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고,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이 23년 동안 영유아 보육에 종사하면서 사회에 공헌하여 온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며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들 및 유사사안의 양형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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