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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년 후 기간제로 재고용 기대권 인정 원심 확정

2023-06-21 09: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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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23년 6월 1일 피고(회사)의 근로자였다가 해고된 원고가 별건 행정소송에서 징계면직 해고가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자 피고를 상대로 해고 기간(해고일로부터 정년 도달일까지의 기간뿐 아니라 정년 이후 기간제로 재고용되었다면 근무할 수 있었던 기간도 포함)에 대한 임금 등 상당액 지급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에게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는 정년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도 원고가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피고는 주식회사 甲으로부터 분사되어 설립된 후 주식회사 甲이 운영하는 A제철소의 방호 및 보안 업무를 수행해 온 회사이고, 원고(1957년생)는 주식회사 甲에 근무하면서 경비 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피고로 전직하여 계속 해당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이다.
주식회사 甲의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A제철소 내 고철을 덤프트럭을 이용해 원고가 근무하는 초소를 통과해 제철소 밖으로 무단 반출하는 사고가 발생하자(이하 ‘이 사건 반출사고’), 피고는 원고가 2차례 고철을 반출하는 트럭을 검문검색하지 않고 통과시켜 이 사건 반출사고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2013. 8. 6. 원고를 징계면직했다(이하 ‘이 사건 징계면직’).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징계면직이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하자 피고는 2014. 3. 20.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 및 확정됐다.

한편 이 사건 징계면직 무렵 피고의 취업규칙은 정년을 만 57세로 하되 정년에 달한 분기의 말일에 퇴직한다는 취지로 규정했고(이에 따르면 원고는 2014. 3. 31. 정년에 도달함), 피고는 정년퇴직한 직원에게 1개월의 휴식기간을 준 후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이후 갱신을 통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이하 ’이 사건 재고용 제도‘).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정년 이전 기간에 대한 임금 등 상당액 청구는 인용하면서,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등 상당액 청구는 기각했다(원고에게 정년퇴직 후 당연히 재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 원고가 그 패소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원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 비해 청구액 일부 감축. 정년 이전 기간에 대해서는 물론,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임금 등 상당액 청구를 인용했다(원고에게 정년퇴직 후 재채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인정되며, 재채용 배제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기간제로 재채용된 이후 1년 또는 6개월 단위로 거듭 재채용 평가를 받았더라도 계약이 갱신되지 못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

피고는 상고했다. 쟁점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될 기대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및 그 요건이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고 판단했다.

이 사건 재고용 제도는 주식회사 甲의 정년이 연장되자 주식회사 甲보다 긴 정년을 적용받는다는 전제로 피고로 전직했던 근로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상당한 기간 동안 정년퇴직자가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됐다.따라서 원고는 정년 후 피고의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심이 원고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정년 후 기간제 재고용 기대권의 성립 요건을 ’재고용의무가 있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된 경우‘로 엄격히 설정했다. 일반적인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의 경우보다 훨씬 강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취지다.
이 사건은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실시기간 및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등을 종합해 볼 때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될 정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이에 따라 이 판결은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함으로써 정년이 지난 근로자의 경우에도 제한적으로나마 근로관계 존속에 관한 신뢰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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