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의,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1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담하다고 할 수 없다고 원심을 수긍했다.
피고인은 2021. 5. 말경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C(30대·남)와 중고물품 거래를 하면서 알게 되어 2021. 6. 11.경부터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했고, 2021. 6. 중순경부터 피해자가 혼자 살고 있던 곳에서 동거를 시작하며 피해자의 아이를 임신하는 등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외도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지속적으로 추궁했고 피해자가 외도사실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이를 믿지 않고 주거지 내부에 홈 CCTV를 설치했다. 추궁은 계속 이어졌고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거짓말을 하면서 화를 돋우는 것이라 생각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신과 강한 분노, 적개심을 품게 됐다. 2022년 2월 4일경부터 같은해 2월 11일경까지 계속해 피해자의 얼굴 등을 때리다가 적개심이 커져 피해자에게 팬티만 착용하게 한 상태로 수일 간 난방이 되지 않는 베란다에 감금한 후 음식과 물을 주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한 상태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뒤 미리 구입한 티타늄 강철제 삼단봉으로 수일 간 폭행했고 고통을 호소하면 폭력을 중단해 줄 것을 애원했음에도 폭행을 반복했다. 결국 8일간 피해자를 베란다에 감금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했다. 2022년 2월 11일 오후 3시 43분경 피해자의 사체를 옷가지로 덮어 보이지 않도록 한 후 다음날 오전 1시 20분경 경찰에 의해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부패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체를 유기했다.
1심(청주지방법원 2022. 6. 22. 선고 2022고합96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비록 피고인이 언니로부터 자수를 권유받아 스스로 경찰에 출석해 이 사건 범행을 자수하기는 했으나 이미 한 달이 지난 시점이고 사체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던 점을 보면 사체유기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범행수법은 극히 잔인하고 사체의 유기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피해자 사망 후 마치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것처럼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의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 명의 월세를 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도 한 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하기 위해 피고인에 대한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평생 멍에를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심신미약)과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원심[대전고등법원 2023. 2. 2. 선고 (청주)2022노99 판결]은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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