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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지상파방송서 32초간 얼굴 노출 초상권침해 인정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 보도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 인정 위법성조각

2023-04-28 08:08:25

(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2023년 4월 13일 피고들이 원고(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여 지상파방송 뉴스에서 방송하도록 했는데 그 방송 중 약 32초간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자, 원고가 그 방송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의 행위가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하고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단정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서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3. 4.13. 선고 2020다253423 판결).

대법원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원고는 국내 첫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했던 사단법인(이하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 있다.

피고 F는 이 사건 합창단의 단원이었던 J의 아버지이고, 피고 C는 MBC 기자이며, 피고 D는 탐사보도부장이다.

이 사건 합창단은 2018. 2. 9.에 개최되는 개막식의 애국가 제창(이하 ‘이 사건 행사’)에 초대를 받고 소속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300,000원의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자 일부 학부모들은 이에 항의하는 한편 참가비 전액을 H 조직위원회가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 등을 들며 관련 서류의 열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센터의 직원들은 이를 거부했고 그 과정에서 원심 공동피고 F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위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피고들은 이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해 방송하도록 했는데 위 방송 중 18초 부분에서 50초 부분까지 약 32초간 이 사건 동영상 일부를 편집하여 사용하면서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이하 위 약 32초간의 방송 부분을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

원고는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도 원고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방송을 하는 불법행위를 했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에게, 피고 F는 20,000,000원을, 나머지 피고들은 각자 20,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8. 9. 선고 2018가단215568 판결)은 "피고 C, 피고 D는 각자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5. 24.부터 2019. 8. 9.까지는 연 5%의, 2019. 8. 10.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의 피고 B(이하 피고 F)에 대한 청구 및 피고 C, 피고 D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했다.

원고와 피고 C, D는 항소했다.

원심(2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7. 16. 선고 2019나38288 판결)은 원고와 피고 C, D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원심은 이 사건 방송이 원고의 초상권을 침해했고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조치 없이 이 사건 동영상을 그대로 방송할 필요성, 보충성, 긴급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위 침해행위로 원고가 입는 피해의 정도나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그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하므로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이 사건 방송 당시 원고는 다문화전문가 및 특정 정치인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왔다. 원고는 이를 통하여 사회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공적 인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이 사건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H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추가로 참가비를 부담하게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됐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서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국내 최초 어린이 D인 이 사건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공중의 관심과 원고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보도된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했다. 그런데 그 전날 원고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보도영상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이 사건 방송 자막에도 원고의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했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다. 여기에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하여 이 사건 방송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방송을 통한 피고들의 표현의 자유가 초상권 침해로 원고가 입을 피해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ㆍ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참조).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은 위와 같은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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