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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뇌병변 2급장애 남편 간병 아내 살인 무죄 1심 파기 유죄 원심 확정

2021-12-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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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2021년 11월 25일 피해자인 뇌병변 2급장애 남편을 간병해오던 아내가 남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상고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유죄(징역 2년6월)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11.25.선고 2021도11923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또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B(60)의 아내이다.

피해자는 2007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2급 장애를 진단받아 혼자 거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피고인은 주거지에서 피해자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피해자를 10년간 간병했고, 2017년 4월부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피해자의 간병에 전념하게 됐다.

피고인은 2007년 피해자가 쓰러진 후에는 매년 약 700만 원의 병원비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피해자가 2017년 1월부터 피고인으로 하여금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함께 기도를 하자고 강권하자, 피고인은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피해자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고인은 2017년 12월 18일 오후 9시경 피해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치고, 손톱으로 피해자의 볼을 할퀴는 등 간병으로 인한 불만과 고통을 피해자에게 그대로 표출했고, 2017년 12월 19일 점심 무렵에는 주거지에서 다시 피해자와 새벽기도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 조르고, 피해자의 코와 입을 막아 비구폐쇄 질식사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날인 2017년 12월 18일 오후 9시경 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뺨을 긁듯이 치고 왼쪽 목 부분을 친 사실은 있으나, 2017년 12월 19일 점심 무렵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 조르고 피해자의 코와 입을 막은 사실이 없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2019고합832)인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 부장판사)는 2020년 6월 9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 조르고 피해자의 코와 입을 막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고,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가지고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모 대학 의과대학 교수는 피해자는 손에 의한 목졸림으로 의식을 잃은 후 비구폐색으로 인해 질식사(코와입을 막음으로 인한 질실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E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손조름이나 비구폐색으로 인한 질식사의 가능성을 부검 소견만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피해자의 사인이 ‘불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각 손상이 사망 당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나 사망 현장을 은폐하려고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 곧바로 119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119 구급대원이 알려준 대로 피해자를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겨 눕힌 다음 가슴 쪽을 압박하는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피고인의 신고로 119구급대원과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는데, 당시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하여 특별히 의심스러운 정황을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러자 검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항소했다.

검사는 "1심은 피해자의 목 부위 골절이 사망 당일의 골절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만약 피해자에게 사망일부터 수일 전에 목 부위 골절이 발생했다면 피고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거동할 수 없고, 상당한 통증을 호소했을 것이며, 유동식을 취식하지도 못했을 것인데, 피해자가 사망 당일 아침에도 피고인과 새벽기도를 했던 점, 피해자가 사망 당일이나 그 전일부터 통증을 호소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1심의 판단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에게 간병 및 새벽기도에 대한 의견 차이로 불만이 많았고 이를 표출하는 행동까지 했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가 있었고, 이 사건 범행 이후 자신의 아들에게 ‘나 어떻게 해’, ‘내가 잘못한 거면 어떻게 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사망 경위에 대해 진술을 계속 번복하여 피고인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고도 했다.

원심(2심 2020노1158)인 서울고법 제13형사부(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는 2021년 8월 19일 검사의 항소는 이유있다며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코와 입 부위에 가해진 외력으로 인한 비구폐쇄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그 과정에서 목에 가해진 외력으로 인한 의식소실이 초래되어 비구폐쇄로 인한 사망을 보다 용이하게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상황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기에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2007년 이후 약 10년간 피해자를 간병하였다고 하더라도 방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피고인에게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07년 이후 10년 이상 피해자를 꾸준히 간병해 왔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간병 등의 문제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이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점, 피해자의 형이나 동생은 피고인의 선처를 원하고 있고, 피해자의 자녀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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