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는 공무원연금공단에 대한 청구는 항고소송없이 곧바로 그것도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합하고, 대학병원에 대한 청구는 원고들이 교육공무원의 신분과 별개로 피고 병원의 근로자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기 부족하고 피고 병원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근무하던 중 1991년 3월 8일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이 제정되어 경북대학교 교수와 피고 경북대학교병원(이하 ‘피고 병원’)의 임상교수교원의 겸직이 가능하게 되자 1993년 3월 25일부터 피고 병원의 임상교수교원의 지위를 겸하는 겸직교원으로 근무하다 정년 퇴직했다.
피고 병원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으로 설립되었다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라 1993년 3월 25일 법인으로 전환됐다.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은 인사혁신처장의 위탁을 받아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사업을 하는 기관으로서 공무원의 퇴직급여 지급 등의 사업을 하는 특수법인이다.
원고들은 정년퇴직을 하면서 경북대학교 교수로서 지급받은 급여를 기초로 퇴직급여를 지급받은 외에 별도로 피고 병원으로부터 지급받은 각종 수당을 반영한 퇴직급여는 지급받지 않았다.
원고들은 주위적으로 피고 경북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예비적으로 피고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각 퇴직급와 지연손해금(연20%)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만일 피고 병원이 원고들에 대한 퇴직급여지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원 소속기관인 경북대학교가 원고들에 대한 퇴직급여지급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고, 이 경우 공무원연금법 제29조 제1항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공무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공단이 원고들에게 퇴직급여를 최종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 공단은 원고들에게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원고들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급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공단은 "원고들의 피고 공단에 대한 청구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므로, 이를 민사소송으로 구하는 것은 관할위반의 소송요건흠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고 반박했다.
◇공무원연금법령상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자는 우선 관계 법령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에 급여지급을 신청하여 공무원연금공단이 이를 거부하거나 일부 금액만 인정하는 급여지급결정을 하는 경우, 그 결정을 대상으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구체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고,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한 당사자소송으로 권리의 확인이나 급여의 지급을 소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4두43264 판결 참조).
재판부는 "원고들은 항고소송으로 다투는 등의 절차 없이 곧바로 피고 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원고들의 피고 공단에 대한 청구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피고 공단의 처분 등이 존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소제기일 뿐만 아니라 대법원 2014두43264 판결의 법리와 같이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피고 공단을 상대로 퇴직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서,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행정소송으로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부적법하여 각하되거나 허용되지 않는 경우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인 지휘, 감독을 받으며 별도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피고 병원의 근로자로서 근무했는데, 이는 경북대학교 소속 공무원의 지위와는 별개의 지위이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근로기간에 상응하는 퇴직급여로 피고 병원의 ‘보수규정’ 제28조에 따른 퇴직급여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한 퇴직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 병원의 보수규정이 겸직교원에 대한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정하고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보수규정 제28조 제1항에서 규정한 퇴직금의 지급대상에 원고들과 같은 겸직교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 병원의 보수규정을 근거로 피고 병원을 상대로 퇴직급여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피고 병원의 인사규정(을 제2호증) 제44조에서는 ‘직원의 보수에 관해서는 보수규정으로 따로 정한다’(제2항)라고 규정하면서, ‘겸직교원을 제외한 직원의 보수는 일반의 표준생계비, 민간기업의 임금, 공무원의 봉급,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직무의 난이도 및 책임의 정도에 따라 직종 및 직급별로 정한다’(제1항)라고 규정하여 보수결정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에서 '겸직교원'은 제외하고 있다.
제수당들(제8조 내지 27조) 중 진료업무수당, 진료연동수당 등 특별히 겸직교원에게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수당 등 일부수당
들만 겸직교원에게 지급되어 왔을 뿐 나머지 제수당들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피고 병원의 보수규정이 마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보수규정에서는 퇴직금에 대해서 특별히 겸직교원에게도 이를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경북대학교와 별도로 피고 병원 소속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급여를 청구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 병원의 근로자인지 여부에 관해 살폈다.
원고들과 같은 겸직교원은 피고 병원에서 병원의 규정과 병원장 등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무하면서 수당을 지급받으므로, 피고 병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듯한 외관을 일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겸직교원에 대한 임명과 겸직해제 등의 주요 인사권한은 기본적으로 피고 병원의 원장이 아닌 경북대학교 총장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겸직교원이 의과대학 교수가 아닌 별개의 자격으로 피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고들의 근로소득세에 대한 주된 원천징수의무자가 경북대학교인 이상, 피고 병원이 원고의 근로소득세에 대한 종된 원천징수의무자로서 그 원천징수 업무 중 일부를 분담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 병원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경북대학교 소속의 교육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의과대학 교수로서의 직무의 특수성에 의하여 피고 병원에 겸직발령을 받아 그 직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것일 뿐,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 및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 원고들이 교육공무원의 신분과 별개로 피고 병원의 근로자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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