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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수촌에서 피해자 반바지 잡아당겨 엉덩이 일부 노출 사건 무죄 원심 확정

2021-06-05 13: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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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021년 5월 27일 진천선수촌에서 피해자가 암벽등반기구에 오르자 뒤에서 피해자의 반바지를 잡아당겨 엉덩이 일부가 노출되게 한 강제추행 사건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벌금 300만원)을 파기하고,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5.27. 선고 2020도17871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강제추행죄에서 추행행위,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과 피해자 C(20·남)는 국가대표선수들로 충북 진천군에 있는 진천선수촌에서 합께 합숙훈련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9년 6월 17일 오후 5시경 진천선수촌 웨이트훈련장에서 암벽등반기구 운동 중인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아래로 잡아당겨 남녀 국가대표선수들 앞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노출시켰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서울중앙지법 2020.5.7. 선고 2019고단8625)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피고인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이수명령 40시간을 명했다.

1심은 이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고, 이러한 유형력의 행사로 남녀 선수들 앞에서 엉덩이 일부를 노출되게 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그러자 피고인은 "장난으로 피해자의 반바지를 잡아당겼을 뿐,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에 해하는 행위나 고의가 없었다"며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했고, 검사는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2020노1430)인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관용 부장판사, 문현정·정원석)는 2020년 11월 27일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있다며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에게 폭력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추행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피해자를 비롯한 10여명의 선수들은 오후 훈련일정에 따라 웨이트장의 암벽등반기구 근처에 모여 자유롭게 몸을 풀고 장난을 치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자선수인 E가 암벽등반기구에 기어오르자, 피해자는 장난기가 발동해 E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려 매트위로 떨어지게 했고, 이에 E는 웃으면서 과장되게 아픈 척을 하거나 피해자를 향해 주먹을 흔드는 몸짓으로 피해자의 장난에 응수했다.

뒤이어 피해자가 암벽등반기구에 오르자, 이번에는 피고인이 살명시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피해자의 반바지를 잡아당겼고, 이에 피해자의 엉덩이 일부가 순간적으로 노출됐다. 위 장면을 지켜본 몇몇 선수들이 웃음을 지었고 피고인이 저만치 도망가면서 피해자를 놀리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가운데 피해자는 당황스럽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복장을 바로 고쳤고, 때마침 도착한 코치진이 모든 선수들에게 런닝 훈련을 지시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에 앞서 자신이 E의 엉덩이를 때린 것은 오랜 기간 운동을 같이한 E와 절친한 사이에서 평소 주고받는 장난에 불과하고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했고, E도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이나 경위 및 당사자들의 관계와 분위기, 행동동기를 신중히 고려한다면, 오로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바지를 잡아당긴 이 사건 행위만이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피해자 자신에 대한 피고인의 행동을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추행으로 인식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선수들은 장기간 합숙생활을 하면서 훈련장은 물론 숙소 내에서 서로 편한 복장으로 마주치는 일이 흔하고 종목의 특성상 계주 훈련에서 남녀구분 없이 서로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훈련도 수시로 한 점, 피고인과 피해자는 어릴 적부터 10년이상 같은 운동을 함께하면서 서로를 잘알고 있으며 선수촌 숙소에서 룸메이트로 지내기도 한 점 등을 무죄이유로 들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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