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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2021-05-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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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021년 4월 15일 원고가 주식회사 OO팩(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동산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주식회사인 피고가 그 주주인 A와 독립된 인격체라는 이유로 원고가 A의 이 사건 채무 부담행위에 대하여 피고의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는 것은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따라서 원고는 A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해서도 이 사건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4.15.선고 2019다293449 판결).

대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A의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남편인 K는 2013. 5. 9. A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13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 이 사건 토지의 도로 지분 및 토목공사(아스콘)를 3억 3000만 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각 작성해 주었다.

A는 2013. 8. 13.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 대금 중 미지급액이 1억 6000만 원(아스콘 공사 및 기타), 부가가치세가 50,754,000원’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이하 이에 기한 채무를 ‘이 사건 채무’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주었고, 위 사실확인서에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인 ‘OO칼라팩’의 명판 및 자신의 인장을 날인했으며, A의 아버지는 보증인으로 서명날인했다.

A는 개인업체를 폐업신고했고 2015년 11월 19일 같은 업종으로 피고를 설립해 대표이사에취임했다. 폐업당시 사업장소재지와 피고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하다. A는 피고와의 사이에 피고의 자산 및 부채 등 사업일체를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내용의 포괄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재산 일체를 양도하는 한편 2016년 1월 22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A는 양도대가로 피고의 발행주식 50%만을 취득했다. 피고는 포괄적으로 피고의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했으나, '이 사건 채무'는 인수하지 않았다.
피고는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되어 현재까지 A와 A의 형, A의 아버지 3명이 50%, 30%, 20%의 주식을 각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 6월 10일 대표이사만이 A에서 A의 아버지로 변경됐다.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동산을 인도하라.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40,754,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4. 1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1심(2017가합836)인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정도성 부장판사)는 2018년 7월 11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은 이 사건 이행각서의 채권자는 원고의 남편 K라고 해석될 뿐 원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나아가 다른 점을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했다.

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거나 A의 아버지 및 A가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피고가 이 사건 사실확인서에 따른 정산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원고는 항소했다.
2심(2018나2042338)인 서울고법 제19민사부(재판장 견종철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30일 제1심판결의 예비적청구에 관한 부분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에게 140,754,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4. 18.부터 2019. 10. 30.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원고의 주위적청구에 관한 항소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 사실확인서 하단에는 ‘원고 귀하’라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 점(위 문구가 사후 보충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A는 이 사건 사실확인서 작성 이전에 이미 원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그 매매대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점, A는 2013. 5. 7.에도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 중 잔금 12억 원의 지급을 확약하는 내용의 지불이행각서를 작성해 준 적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아닌 원고의 남편 K가 이 사건 사실확인서 작성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A 사이에 그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사건 포괄양수도계약의 이행 결과, A는 피고의 주식 50% 외에는 별다른 재산을 보유하지 않게 되었는데, 위 주식은 그 정당한 대가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적인 책임재산으로 기능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A의 채권자인 원고의 입장에서는 A의 책임재산이 피고에게로 상당 부분 유출된 셈이 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A 및 피고가 이 사건 포괄양수도계약 당시부터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럼에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A와 피고가 별개의 인격임을 내세워 이 사건 채무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회사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한다고 봤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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