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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시동걸지 못해 차량 후진 추돌사고 무죄 원심 확정

2021-01-19 12:00:00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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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2020년 12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사건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2.30. 선고 2020도9994판결). 다만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은 유죄(벌금 400만 원)로 확정했다.

원심(2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7. 13. 선고 2020노172 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 부분에 대해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2. 6. 선고 2019고정69)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자동차의 ‘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조작을 해야 한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8다30834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9294, 9300 판결 참조).

피고인은 2018년 7월 17일 오전 4시 50경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3 예랑빌딩 앞 도로부터 같은 구 잔다리로 17 사격장 앞 도로까지 약 100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8%의 술에 취한 상태로 아우디 승용차를 운전했다.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차량을 후진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고, 피고인의 차량 후방에는 정차 중인 택시가 있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후방을 잘 살피고 차량의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과실로, 때마침 후방에 정차 중이던 피해자 장○○의 서울택시 앞 부분을 피고인의 차량 뒤 부분으로 그대로 들이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게했다.

변호인은 "지인 A가 도로 한가운데 차를 정차하는 바람에 사고 방지와 다른 차들의 통행을 위하여 안전한 곳으로 자동차를 조금 이동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당시 승용차의 엔진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후진 기어를 넣지도 않아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음주운전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점,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당초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액은 과소하다고 판단한 점 등을 참작했다.

피고인은 항소했다.
원심(2심)은 1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의 점은 무죄.

이 사건 차량인 아우디 A7 차량(2013년 식)에는 이른바 STOP&GO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기능은 기본적으로 차량이 주행하다 정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으면 엔진이 꺼지지만, 차량의 전원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다시 시동되는 기능이다. 다만 STOP&GO 기능의 재시동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엔진이 재시동 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음주운전을 한 후 지인인 A에게 이 사건 차량의 운전을 맡기기 위해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차량을 정차시키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으며, A가 운전석에 탑승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에서 내림으로써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차량의 시동이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인다. A는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동 버튼을 눌렀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오히려 차량이 뒤로 밀렸다. 피고인이 운전석에 탑승하여 운전해 가려 했으나, 피고인도 시동을 걸지 못했고 차량이 후진하면서 이 사건 추돌 사고를 야기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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