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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전원합의체]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통보 위법… 원심파기환송

2020-09-03 16: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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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020년 9월 3일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법외노조통보( 해직자가 조합원으로 가입 활동)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전교조의 상고심에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파기돼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20.9.3.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고용노동부장관)가 ① 해직 교원의 조합원자격을 허용하는 정관조항을 보유하고 있고, ② 해직 교원 9명이 실제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원고(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게 아래와 같은 시정요구 및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피고는 2013년 9월 23일 먼저 원고에게 정관 개정 및 해직 교원 탈퇴처리 등 시정을 요구했다.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피고는 2013년 10월 24일 원고를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른바 법외노조 통보(= 이 사건 통보)를 했다.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노동조합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

대법원(다수의견 10명)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유효하다고 보아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더욱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중대한 침익적 처분으로서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스스로 형식적 법률로써 규정해야 할 사항이고, 행정입법으로 이를 규정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법률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헌법상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결국 법외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 통보는 형식적으로는 노동조합법에 의한 특별한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동관계법령을 입법할 때에는 이러한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헌법적 의미와 직접적 규범력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렇게 입법된 법령의 집행과 해석에 있어서도 단결권의 본질과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교원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는 것은 단순히 ‘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432호로 최종개정된 것)은 그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설립신고서 반려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대법관 김재형 별개의견) 이 사건의 진정한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규정한 시행령에 있지 않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 즉 이미 적법한 노동조합으로 설립된 이후에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순간 더 이상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정한 법률 규정에 이 사건의 본질적 문제가 있다. 원고는 단지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직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법률 규정 라.목이 위와 같은 행위까지 금지한다고 보는 것은 헌법 규범에 반하는 해석이다. 요컨대, 원고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원고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에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세계 보편적 기준은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립되어 있다. 이는 교육의 중요성과 교원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해직 교원의 교원 노동조합 가입을 불허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고가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할 것은 아니다. 원고의 노동조합으로서의 정당성은 그 활동에 따라 평가할 문제이지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요컨대,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한 것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의 위법사항에 비하여 과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철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원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 원고는 규약을 통하여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정면으로 허용하고 있고, 설립신고 당시 그러한 규약의 존재를 숨긴 채 행정관청을 기망하여 수리를 받았으며,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반복적인 시정명령과 시정요구에도 응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기득권 내지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법이 정한 요건은 지키지 않으면서 그 요건을 충족하였을 경우에 주어지는 법적 지위와 보호만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체계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존재한 바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피고가 원고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정당하다. 이것이 관계법령의 문언과 그에 관한 합헌적 해석에 의하여 도출되는 법의 마땅한 요구이자 정의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원심은 피고의 소송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노동조합 설립신고 당시 이미 이 사건 법률 조항 라.목에서 정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원고가 허위 규약을 제출하여 설립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판단하였는데(이하 ‘추가된 처분사유’라고 한다), 이는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를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원시적 하자를 이유로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취소’로 파악한 것이다. 위와 같은 당초 처분사유와 추가된 처분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실질적 법치주의와 처분상대방의 신뢰보호라는 견지에서 처분사유의 추가ㆍ변경이 허용되지 않으며, 법원은 추가된 처분사유의 당부를 심리ㆍ판단할 수 없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 판단에는 처분사유의 추가ㆍ변경 제한 법리도 오해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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