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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한국한센복지협회지부, 93.2%로 총파업 가결

7월 15일까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어

2020-07-09 12:25:03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로이슈 전용모 기자] 1932년 조선나예방협회로 창립되어 90여 년 동안 국가 한센병 관리의 중심으로 한센인에 대한 각종 의료·복지사업을 전담하는 공익기관인 (사)한국한센복지협회 노동조합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 한국한센복지협회지부는 지난 6월 15일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는 최대기한인 7월 15일까지 연장됐으며, 조합원들은 7월 6일부터 8일까지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 결과, 간호사,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임상 현장의 조합원 62명 가운데 육아휴직 3명을 제외한 59명(투표율 95.1%) 전원이 투표에 참여해 55명(93.2%)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렇듯 높은 총파업 투쟁 찬성률은 법정 2급 감염병인 한센병 진단·치료 전문기관으로서 임상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직 등에 대한 인사상의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일반직군에 비교하여 낮은 것에 따른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실제 한국한센복지협회의 인적구조는 여느 의료·연구기관과 달리 직접 임상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 직종 비율이 매우 낮다.

현재 한국한센복지협회 인력은 의사직 30여 명, 일반행정직 60여 명,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 80여 명, 기능직 10여 명 등 총 18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직원 18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의 의사직을 제외한 임상 부분은 인력은 불과 80여 명으로서 지원·행정인력 60여 명 비교할 때 적정인력인가 의구심을 제기하는 내부 비판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적구조만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들은 인력 비중의 불균형도 문제이지만 승진 등의 인사에서 그동안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문제의식은 지난해 9월 22일 창립 90여 년 만에 최초의 노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노사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지난 6월 12일까지 총 11차의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갈등이 계속됐다. 여기에 지난 7월 1일 자 전문직에 대한 원격지 인사는 노사갈등을 키웠다. 노동조합은 협회의 원격지 인사가 관행적인 전문직 길들이기 식으로서 △합리적 경영상의 이유가 없으며 △조합원에게 생활상 불편을 초래하고 △원격지 이동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당인사임을 다양한 경로로 제기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몇몇 조합원은 노동위원회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진행 중이다.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 직종이 가진 인사상 피해(의식)와 최근 원격지 인사에 대한 반발에서 보듯 단체교섭의 핵심쟁점은 한센병 전문 진단·치료기관으로서 기능 활성화를 위한 조직·인사제도 마련이다.

노동조합은 합리적 조직·인사제도 마련의 첫발을 뛸 수 있도록 하지고 호소하고 있지만, 협회는 노동조합과의 협력보다는 일방적인 강행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협회는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2020년 임금 집행지침과 일부 인사제도 개선 사항을 일방 시행했다.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한 것이다.

현재 노사는 조정기한 내 원만한 합의를 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가 크다.

의견 차이는 협회가 최소한의 근로기준법과 노동 관계법에 미치지 못하는 기존 관행을 고집하는 것에 따른 것이다. 또한 최고책임자의 문제도 있다. 협회는 회장을 명예직으로 두고 있으며 실제 업무 총괄은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협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진행돼온 단체교섭에 단 한 차례도 참가하지 않았다. 여느 공공기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사무총장의 단체교섭 불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사갈등이 계속됨에도 최고책임자가 뒷짐만 진 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노조의 항변이다.

현재 협회 본부와 한센병연구원이 소재한 경기 의왕시 성나자로마을의 임대 기간이 2025년 종료예정이지만 대안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센병 치료보다 일반 피부과 질환 진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고유목적사업인 양질의 한센병 치료 기능이 약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건물과 의료장비 노후화로 질 높은 의료제공에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60일에서 90일로 바뀐 지 20여 년이 된 출산전후휴가를 최근 몇 해 전까지 60일만 쓸 것을 강요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직원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증언도 놀랍다. 최저의 노동조건과 노동자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를 규정한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이 공공의 성격을 갖는 기관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얘기다.

주무 부처의 책임도 있다. 한국한센복지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지도·감독하고 있다. 협회에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는 결국 보건복지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한센복지협회가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는 협회 전체 임직원의 단합과 노사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단합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종 조직·인사 운영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만약 오는 7월 15일까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한국한센복지협회와 보건복지부에 있다. 보건의료노조 7만2천여 조합원은 한국한센복지협회가 맡은바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투쟁해 나갈 것을 엄중히 밝힌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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