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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활성탄 품질검사 RSSCT결과 조작, 먹는 물 안전 위험 초래 국립대 교수 집유 확정

2020-06-15 06:00:00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활성탄 납품업체 측의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을 들어 연구 윤리를 저버리고 활성탄 품질검사 중 하나인 RSSCT(Rapid Small Scale Column Test, 활성탄 소규모 흡착실험) RSSCT 결과를 조작, 결과적으로 이 사건 정범들의 사기범행 완성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공공재인 먹는 물 안전을 해할 위험까지 초래한 국립대 교수에게 사기방조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수지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저질활성탄 납품 관련 사기방조) 대전에 있는 국립대학교 교수인 피고인 A(63)는 활성탄 제조판매업체 대표로 K로부터 '데이터 값을 합격되도록 보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데이터 값을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변경시킨 후 2015년 12월 하순경 4차 반입분 전부에 대해 합격 판정을 했다.
K는 RSSCT를 통과하자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을 통해 피해자인 한국수자원공사에 기성금지급을 청구(2015년 12월 31일부터 2016년 7월 29일), 활성탄 납품대금 명목으로 14억2062만 원을 교부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K가 사실은 수지정수장 4차 반입분 중 2지, 3지 및 4지가 RSSCT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피해자 한국수자원공사를 기망해 활성탄 납품대금을 편취하는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

(화성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저질활성탄 납품 관련 사기방조) 피고인은 13지와 14지의 DOC 제거율을 상승시켜 모두 합격 범위내로 조작한 후 2016년 6월 하순경 2차 반입분 전체에 대해 합격판정을 했다.

업자 B, G, L은 피고인의 도움으로 1차 및 2차 반입분 약 1100톤이 RSSCT를 통과하자, 시공사를 통해 피해자인 한국수자원공사에 기성금지급을 청구(2016년 5월부터 2016년 9월), 활성탄 납품 대금 합계 28억2659만 원을 교부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활성탄 납품대금을 편취하는 범행을 용이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7고단925)인 수원지법 김도요 판사는 2017년 8월 17일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피고인이 전문가로서의 책임의식과 엄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립대학의 교수로서, 이 사건 실혐결과가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알면서도 ‘재량’과 ‘보정’이라는 명목으로 실제 측정값들을 변경시켜 제거율을 향상해 주범들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양질의 먹는 물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창출되어 공공의 이익 역시 침해됐다.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피고인은 "RSSCT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내지 오차를 보정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학문적 근거를 갖춘 보정을 했을 뿐 실험 결과를 임의로 조작하지 않았다. 이러한 보정을 잘못된 연구 방법으로 단정하고 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과실이나 활성탄 납품업체 측 이 사건 정범들과의 상호 연락 등을 들어 방조행위 및 방조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17노6384)인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문성관 부장판사)는 2019년 1월 14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돼 1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됐다. 다만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서 여전히 당심의 판단대상이 된다.

화성정수장 관련, 1차 및 2차 반입분 약 1100톤(위 수량중 2차반입분에 해당하는 약 670톤에 대해서는 B와도 공모, 20억3082만원 공모)의 금액이 26억7363만원을 교부받은 것으로 변경됐다.

원심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했다.

원심은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과학 분야에 속함을 기화로 ‘전문가의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재량 행사’라는 허울에 기대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당심에서 보석을 허가받기까지 이미 9개월 남짓 수감생활을 한 점,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인과 유사한 지위에서 RSSCT 결과를 조작했던 관련자에 대한 선고형과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020년 5월 28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도1744).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방조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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