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모 기자]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나 신고의무 없이 명함만을 건네준 채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했다면,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지 않아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6월 울주군 소재 대안농협에서 골목길로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을 하던 중에 차량 앞 범퍼로 골목길에 서서 휴대전화로 통화 중이던 B양(17)의 허리부위를 충격해 상해를 가했다.
B양은 이 사고로 병원에서 8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울산지방경찰청장은 A씨가 사고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나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운전면허 취소처분(2013년 12월 9일)을 했다.
A씨는 같은해 12월 12일 처분을 통지받고 행정심판을 거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고 발생 후 피해자의 상해부위와 정도에 대해 상세하게 물어본 후 피해자로부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중에라도 이상이 있을 경우 연락을 하라고 명함까지 건네준 후 사고 장소를 떠났기 때문에 적절한 구호조치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업무를 위해서는 운전이 필수적인 수단이며,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으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 행정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울산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2013구합2970)를 기각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해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도16027)”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원고의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는 피해자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고려하면, 원고는 음주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현장을 황급히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해 처분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돼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A씨는 사건 이후 울산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015년 5월 15일 항소가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