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 재벌그룹 30곳의 계열사 중 회사기회유용 및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되는 137곳 가운데 70곳이 지배주주 등 내부지분율이 규제대상 기준 50% 이하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가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규제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규제대상기준이 높아 규제 효율성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2011년 상법(지배주주 지분율 50% 이상)과 2013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장회사의 경우 지배주주 지분율 30% 이상, 이하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삼성SDS는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상회하지만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20% 미만이므로 상법상 자기거래 사전 승인 대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며, 공정거래법상 규제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과세대상이지만, 삼성SDS와의 합병 이후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하락으로 증여의제이익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삼성SDS 지분 추이(2013~2014년)를 보면 삼성 3남매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870만 4312주로 지분율 11.25%를 가지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각 301만 8859주로 지분율 3.9%를 갖고 있다. 3남매를 합하면 19.05%다.
SK C&C는 설립 당시 SK(주)와 SK건설이 100% 출자했으나 1994년 최태원 및 가족이 각각 70%, 30%를 주당 400원에 매입했고, 최태원 등이 일부 지분을 SK텔레콤과 SK증권 등에 증여하며 지분율 일부 변동돼, 2009년 상장 직후 최태원 회장 등의 지분은 55%였다.
그런데 2015년 SK(주)와의 합병으로 최태원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은 30.88%까지 감소했으나 30%를 초과하므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에는 해당된다. 그러나 지배주주 일가 지분을 약간만 매각해도 지분율을 30% 미만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
서기호 의원은 “이처럼 보고서는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사익편취 의혹이 큰 해당 기업들의 과거 지분율은 이사 등 자기거래 이사회 사전승인 대상에 해당됐으나, 해당 기업은 최근 지배주주 지분을 매각하거나 합병 등의 방법으로 규제 대상에서 회피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도 지배주주 지분율을 낮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상법 및 공정거래법의 지분요건을 동일하게 20%로 낮춰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고서는 내부거래는 상법상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거수기가 된 이사회에서 원안이 부결된 사례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간의 거래 규모는 각각 7248억원과 6844억원 규모였다. 최근 5년간 현대차와 기아차 이사회가 내부거래 관련 사업을 검토한 안건 수는 각각 41건과 37건이었다. 그러나 이중 원안이 ‘부결’되거나 ‘수정가결’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또한 SK C&C와 가장 거래가 많은 SK텔레콤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에서 내부거래를 심의했으나, 2010년~2015년 상반기까지 23건의 안건 모두 원안 가결됐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의원은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려면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사외이사의 자격요건 강화 및 감사의 분리 선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 의원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