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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에 무릎 꿇린 김도희 승무원 “폭행ㆍ모욕” 미국 법원 민사소송

한인섭 교수 “우리 법원도 위자료 징벌적배상의 효과 나도록 해야만 강자의 횡포, 갑질 확실히 쐐기”

2015-03-12 22:12:42

[로이슈=신종철 기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그런데 당시 항공기 내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김도희 승무원이 미국 뉴욕 퀸즈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 조현아 부사장의 위세에 눌려 무릎을 꿇어야 했던 김도희 승무원은 폭언ㆍ폭행 그리고 모욕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도희 승무원이 미국에서 법률회사(로펌) 2곳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승소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다시 말해 비싼 변호사 선임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배심제인 미국은 손해배상액을 크게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으로 ‘땅콩 회항’ 당시 조현아 부사장이 김도희 승무원에게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의 공소사실과 1심 판결을 통해 조현아의 갑질 행태를 짚어봤다.

▲조현아전대한항공부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조현아전대한항공부사장


이와 관련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한국 법원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이 너무나 짜다”며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남용사례만 편파적으로 소개돼 왔지만 기업의 잘못, 강자의 횡포를 확실히 근절하는 데는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 법원도 위자료에 대해 충분한 배상을 통해, 위자료가 부분적으로는 징벌적배상의 효과가 나도록 해야만 강자의 횡포, 갑질에 확실히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며 “부수적으로 형사고소 안 해도 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심재판으로 갈 경우, 배심원들이 징벌배상 액수를 적어 넣을 재량을 갖고 있다. 미국배심원들이 강자의 횡포에 대해 어떤 ‘징벌’을 가할지...흥미진진”이라며 “우리 법원과의 비교잣대도 나오게 될 것”라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인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12일페이스북에올린글이미지 확대보기
▲한인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12일페이스북에올린글


◆조현아 부사장의 항공기 탑승 및 사무장 강제 하기 진행 경과

조현아는 2014년 12월 5일 00:50분(뉴욕 현지시각 기준)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인 인천국제공항행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 1등석 좌석에 승객 자격으로 탑승했다. 당시 1등석에는 조현아와 다른 여성 승객 등 2명의 승객만이 탑승한 상태였다.

1등석 승무원 김도희는 조현아로부터 미리 주문 받은 물과 함께 미개봉 상태의 봉지에 든 마카다미아(견과류 일종)와 버터볼 종지를 쟁반에 받쳐 서빙하면서 ‘견과류도 드실지’ 여부를 물어봤다.

이에 조현아는 “이렇게 서비스하는 게 맞냐”고 되물었고, 김도희가 매뉴얼에 맞게 서빙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즉시 서비스 매뉴얼을 가져 올 것을 지시했다.

그 시각 항공기는 00:51경 JFK 공항관제소로부터 푸시백(push back)을 승인 받아 탑승교를 게이트에서 분리하고 토잉카를 항공기 앞바퀴에 연결해 이동을 준비 중인 상태였다.

그 무렵 승무원들은 이륙 준비를 위해 좌석 안전벨트, 좌석 등받이, 짐 보관 상태 등 이륙 전 안전 및 보안점검을 하는 중이었고, 기내 안전을 총괄하는 기내 사무장 박창진은 승객 안전에 관한 데몬스트레이션 동영상을 상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박창진은 동영상을 준비하다 김도희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 그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1등석 칸으로 와 객실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조현아에게 가져다 줬다.

이에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내가 언제 태블릿 PC를 가져오랬어, 갤리인포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고함쳤다. 이에 놀란 박창진이 1등석 갤리(galley)로 뛰어가 갤리인포 파일철을 가져오자,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누가 (매뉴얼이) 태블릿에 있다고 했어?”라고 버럭 화를 내며 갤리인포 파일철로 박창진의 손등을 3~4회 내리치고, “아까 서비스했던 그년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고함쳤다.

뒤편에서 지켜보던 김도희가 놀라 조현아 앞으로 나오자, 조현아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김도희에게 삿대질하며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년 내리라고 해”라고 말했다.

조현아는 그러면서 1등석 왼쪽 출입문 인터폰(기장과 연락하는 인터폰) 앞으로 걸어가 박창진을 돌아보며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고함쳤다.

그 무렵 항공기는 이미 제7번 게이트에서 알파 택시웨이(taxiway, 유도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상태였다. 항공기가 실제 이동 중임을 감지한 박창진은 조현아에게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고 소리치며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3~4회 반복하며 당장 항공기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흥분한 조현아의 폭언과 고압적인 명령에 압도된 박창진은 인터폰으로 기장에게 “기장님, 현재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간략히 보고했다.

기장은 즉시 항공기의 진행을 멈추고(이미 약 22초간 이동), 자세한 경위 파악을 위해 박창진에게 리턴콜해 박창진으로부터 “부사장께서 객실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승객은 서비스 문제로 승무원 등을 하기시킬 아무런 권한이 없고, 기장과 사무장은 기내 통제권이 있어 조현아를 제압해야 함에도 오히려 단지 승객에 불과한 조현아가 오너 일가(一家) 부사장이라는 위세에 눌려, 기장은 항공기를 진행하던 반대 방향으로 되돌려 게이트까지 다시 이동시켰다.

항공기가 푸시백을 정지할 무렵 무릎을 꿇고 있는 김도희 옆으로 와 박창진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조현아는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고 해 박창진도 양쪽 무릎을 꿇었다.

조현아는 김도희에게 매뉴얼을 찾게 하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갤리인포 파일철을 집어 김도희에게 세게 던져 그녀의 가슴 부위에 부딪치게 하고, 계속해 좌석에서 일어나 김도희의 어깨를 밀쳐 약 3~4미터 가량 출입문 쪽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갤리인포 파일철을 돌돌 말아 벽을 수십 회 내리치며 “너 내려”라고 반복해 소리치고, 박창진에게는 삿대질하며 “짐 빨리 가져와서 내리게 해. 빨리”라고 반복해 소리쳤다.

그런 다음 다시 좌석으로 돌아온 조현아는 갤리로 가서 승무원 조OO에게 매뉴얼을 찾아오도록 지시했다.

박창진은 그 사이 기장에게 인터폰으로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조현아는 조OO가 태블릿 PC에서 찾은 해당 매뉴얼을 부사무장 서OO으로부터 건네받아 매뉴얼 해당 부분을 읽고 난 다음, 고성으로 “사무장, 그 새끼 오라 그래”라고 고함쳤다.

그 소리에 달려 온 박창진에게 조현아는 “이거 매뉴얼 맞잖아,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너가 내려”라고 소리치고, 삿대질하며 “내려, 내리라고!”라고 반복해 소리쳤다.

결국 박창진은 객실 보안 및 안전업무를 인계하고, 기장에게 ‘여승무원 대신 자신이 내리게 되었고, 부사무장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박창진은 조현아 및 1등석 승객에게 순차로 사과했고,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내리자마자 본부에 보고해”라고 소리쳤다. 결국 박창진은 항공기에서 내렸다.

기장과 항공기내 보안요원으로 지정된 사무장 박창진, 부사무장 서OO 등은 사법경찰관리로서 기내 소란, 폭행 행위 등 항공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조현아를 제압ㆍ체포해야 할 직무가 있었으나 그룹 ‘오너’로서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장녀이자 부사장인 조현아의 위세에 눌려 사법경찰관리로서의 직무를 전혀 행사하지 못했다.

그 후 승객 247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24분 지체된 새벽 01:14경에 푸시백 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항공기는 램프리턴 및 지연 출발 사유 등에 대한 아무런 안내방송도 없이 도착 예정시각보다 약 11분 지체된 이날 05:26경 인천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2일 항공보안법위반, 강요,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를 방해해 부실 조사를 초래했다는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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