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규(51)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굳이 ‘악법도 법’이라던 철학자를 떠 올리지 않더라도, 멀쩡한 공권력, 그것도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집행돼야 할 법원의 영장집행에 불응하겠다고 기자회견을 벌이는 지경이 된 것은, ‘개판’이란 표현 외에 달리 알맞은 표현을 찾기 어렵다”고 씁쓸해했다.
고 변호사는 그러면서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수 십 만명의 ‘사이버 망명’ 사태가 촉발되기까지, 이 땅의 법 집행기관이 포괄적인 영장을 남발하고, 법원이 그것을 함부로 받아 준 원죄가 크다”고 검찰과 법원을 질타했다.
고 변호사는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만인에게 절대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며 “만인은 법원의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게, 법치주의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질 않을 계획”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고 인정하며 “카카오톡을 아껴주신 사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런 입장 발표 후 이석우 대표는 “감청요구에 불응한 법적 책임이 만약 있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달게 받겠다”며 “이 부분이 개인적인 각오라기보다는 다음카카오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표를) 맡아도 이 부분은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이버 망명’ 사태로 카카오톡의 이용자는 계속해서 감소하며 토종으로서의 위상과 자존심이 흔들리는 반면, 검열(사찰)의 안전지대로 급부상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의 이용자 수는 폭증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랭키닷컴’의 10월 1주차(10/5~10/11) 모바일 이용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며 ‘텔레그램’ 전체 사용자가 262만4788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월 4주차(09/28 ~ 10/04) 전체 사용자 138만1103명에 비해 무려 124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1주일 만에 전체 이용자가 1.9배나 폭증한 것이다. 그야말로 ‘사이버 망명’ 사태라 불릴만하다.
텔레그램 전체 사용자 262만명은 텔레그램 공식앱 Tellegram 사용자 173만명과 텔레그램 한국어앱 사용자 89만명을 합친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