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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스토킹 신고로 경찰조사 받은 후 50일 지나 살해…보복살인”

50대 남성 징역 23년…보복살인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2014-09-27 15:10:51

[로이슈=신종철 기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웃 여성을 스토킹 하다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고, 또 동네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보복살인’ 혐의를 인정해 중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보복감정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만 있다면, 보복을 적극적으로 의욕하거나 보복한다는 명백한 인식 하에 범행해야 한다든지, 보복만이 범행의 유일한 동기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인천 부평에 사는 A(55)씨는 지난해 5월 우연히 마주친 이웃 주민 B(여)씨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 B씨의 차량 앞 유리쪽에 적혀 있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것처럼 행세하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씨가 신원을 밝히라고 답신하자, A씨는 자신감이 부족해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지 못한 채 수십 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감시받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 B씨가 경찰에 신고해 A씨는 9월 3일 부평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합의를 위해 대면한 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계속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다. 20여일 뒤 A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우연히 B씨를 마주쳤는데, B씨가 “이 사람이 나이트에서 나를 만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동네 주민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B씨에게 더욱 분한 감정을 가졌다.

그러다 2013년 10월 24일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가져 술에 취한 A씨는 B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지 50일 만이다.

1심인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2013년 12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검찰은 “형량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항소심 재판 진행 중에 A씨의 죄명 ‘살인’을 ‘보복살인’으로 즉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고, 법원이 허가했다.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특정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이 평온하게 거주하는 집에 들어가 피해자의 동생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잔인하게 찔러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몹시 잔인하고 결과가 매우 중대한 점, 피고인의 공격으로 죽어가면서 느꼈을 피해자의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은 매우 컸을 것이고, 피해자의 유족들 또한 극심한 충격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엄벌을 탄원하는 점, 그럼에도 피해자의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는 중형 선고의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당시 술에 취해 있었고, 열등감에서 비롯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동네 주민이 여러 명 있는 가운데 피해자로부터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분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지, 살인 범행 당시 피해자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피해 진술을 한 것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9030)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이 없는 이상 보복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와의 인적 관계나 수사단서 제공 등 보복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과 이후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의 태도 변화, 수사단서의 제공 등으로 피고인이 입게 된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범행 시점에 만나게 된 경위, 범행 시각과 장소 등 주변 환경, 흉기 등 범행도구의 사용 여부를 비롯한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의 내용과 태양, 수사단서의 제공 등 이후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언행, 피고인의 성행과 평소 행동특성, 범행의 예견가능성,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공소사실 중 보복살인을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위반죄에 있어 보복의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비록 행위자가 범행 당시 순간적으로 격분하거나 피해자의 부적절한 언동이 행위자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측면이 있더라도, 행위자의 범의가 피해자의 수사단서의 제공 등에 대한 보복감정의 발로로서 형성됐다고 보기에 충분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면 보복의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행위자가 반드시 피해자에 대한 보복을 적극적으로 의욕하거나 피해자에게 보복한다는 명백한 인식 하에 범행해야 한다든지, 보복만이 범행의 유일한 동기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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