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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잠복기보다 짧은 기간 근무하다 백혈병도 업무상재해

대우조선해양에서 선반 도장반에서 10개월 근무하다 백혈병 발병한 근로자 업무상재해 인정

2014-05-30 17:41:09

[로이슈=신종철 기자] 잠복기보다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하다 백혈병이 발병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A(35)씨는 2003년 5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선박 도장반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2월 대학병원에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치료를 받다가 2004년 12월 퇴직했다.

A씨는 2008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회사에서 도장작업을 하면서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이 포함돼 있는 혼합유기용제에 장기간 노출돼 백혈병을 얻었다”면서 요양신청을 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10년 12월 “A씨가 근무하던 기간 동안 회사의 작업현장에서 벤젠이 검출된 바가 없고, 근무기간이 잠복기보다 단기간(10개월)이어서 벽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했다

A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을 하면서 발암물질인 벤젠 등에 노출됐고, 평소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회사에 근무하기 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며, 가족력도 없는 점에 비추어, 백혈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데, 이와 달리 판단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의 업무는 도료 혼합, 블록 내부 터치업 작업, 페인트 스프레이 작업, 블록 내부청소, 시너로 도장기계 내부 세척작업 등을 하는 것인데, 하루 근무시간은 주로 오전 8시경에 시작해 오후 5시경에 마쳤다.

A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2003 12월까지 약 8개월 동안은 T/UP업무(원통형의 롤러 전체면 또는 브러시에 도료를 묻혀 회전시키며 도장하는 작업)를 했고, 2004년 1월부터 2월 8일까지는 스프레이 보조수업무를 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2년 12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장 사업장에서 1997년 이후로 벤젠이 검출됐다는 자료가 없는 점, 백혈병의 경우 잠복기가 2년 내지 5년 또는 2년 내지 3년 정도 된다고 보고가 있는데 원고는 대우조선해양에서 10개월 정도 근무한 점 등을 종합해 원고가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잠복기보다 짧은 기간 근무하다 백혈병도 업무상재해
하지만 항소심(2013누3285)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5행정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2013년 1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가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도장작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노출된 벤젠 등이 원고의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발병케 했거나, 적어도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원고는 2003년 6월 신체검사에서 혈액검사 등에서 아무런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점,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기 전까지 10개월 동안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 지속적으로 도장작업과 스프레이보조수 업무를 하면서 그때마다 시너를 사용했고, 건조 중인 선박 내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빈번해 고농도의 시너에 도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벤젠의 위험성이 의학적으로 규명된 2011년에도 대우조선해양에서 사용된 도료 및 시너 중 18.8%에서 벤젠이 검출된 사정에 비춰 원고의 백혈병이 발병한 2003년에는 회사에서 사용된 시너에 2011년도에 검출된 것을 초과하거나 적어도 그 정도의 벤젠이 함유됐을 것으로 추단했다.

벤젠은 백혈병 등 악성 조혈기계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임은 산업의학적으로 확립돼 있다.

재판부는 “백혈병의 잠복기와 관련해 유해물질 노출 후 최소 9개월 만에 발병한 사례가 있는 점, 원고는 수시로 야근을 했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등 실제로 일한 시간은 10개월의 정규 노동시간보다 훨씬 많은 점, 원고는 환기구가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도장 작업을 한 적도 많고, 방독마스크를 항상 착용하지도 않은 점, 벤젠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 포함돼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고 유지류를 녹이고 스며드는 성질 때문에 피부에 흡수되기도 쉬운 점 등에 비춰, 10개월이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원고가 근무하는 동안 상당히 많은 벤젠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제1심 감정의도 “원고가 수행한 도장작업 공정에 위험한 농도의 벤젠이 함유된 유기용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원고는 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원고에게 백혈병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라는 소견을 제시한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의 백혈병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면서 벤젠에 노출됐다는 원인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발병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따라서 백혈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요양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근로복지공단의 상고(2014두1895)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A(3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보면, 원심이 채택증거를 종합해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급성림프구성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당하다”며 “거기에 업무상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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