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염호석(34) 분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1시30분경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금속노조는 18일 성명을 발표하며 고인의 유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날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또 하나의 가족’을 죽였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삼성은 노동조합 인정하고, 열사 앞에 직접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고인은 2010년 6월 삼성에 입사해 가전제품 방문수리 기사로 일을 시작했으나, 건당수수료제와 극심한 감정노동이 야기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으로 힘들어 2012년 10월 퇴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듬해 2월 숙련기사를 원하는 사측 요청으로 재입사하기도 했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도 꿋꿋이 버티며 성실히 일 해왔다”고 밝혔다.
또 “삼성에서 만든 역사적인 노동조합! 지난해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과 함께 조합원에 가입했으며 8월 양산센터 분회장으로 선출된 후 가장 앞장 서 투쟁해왔다”며 “조합원들을 향해 일상적으로 가해지던 모욕과 몰상식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동료 노동자들의 모범이었으며 민주노조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헌신적인 활동가였다”고 기억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 자본의 악랄한 노조탄압과 경총의 기만적인 교섭 술책이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며 “염호석 분회장의 3월 월급은 70여만원, 4월 월급은 41만원이었다. 조합원 표적탄압과 생계압박 때문이었다. 만약 그들이 노동자를 최소한 ‘인간’으로 여겼다면 세 번째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삼성의 학살’로 규정했다.
실제로 고인은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라는 유서에서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 입니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특히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남겼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저희 배O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 마련 부탁드립니다”라며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동료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삼성을 상대로 파업 중이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님이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고 부고 소식을 전했다. 고인은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권영국 변호사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고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함께 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권 변호사는 그러면서 고인이 된 염호석씨의 유서 내용을 직접 적어 전하며 넋을 기렸다.
류하경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며 “일한 만큼 대우받지 못한 고통, 삼성의 집요한 노조탄압으로 받은 고통을 유서에 남겼다”고 안타까워했다.
류 변호사는 “잠시 후 저녁 7시부터 고인이 머물고 있는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고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