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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퇴임 대법관들의 쓴소리...무슨 말 남겼나?

2012-07-10 14:31:27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6년 임기를 마친 김능환박일환안대희전수안 대법관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30년 넘게 입은 정든 법복을 벗었다. 이날 이들 대법관들의 퇴임사도 눈길을 끌었다.

전수안 대법관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저의 수많은 판결로 기억되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진보성향의 소수의견 제시로 사법부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전수안 대법관은 임기 마지막까지 소수의견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전수안 대법관은 여성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빌려 “언젠가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며 남성대법관 중심의 대법원 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성비의 균형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벌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부터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대법관 후보자 4명이 그대로 임명될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여성은 박보영 대법관 1명만 남게 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전 대법관이 언급한 여성 법관이 다수가 되는 상황도 멀지 않았다.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 안팎이고, 특히 작년 신임 법관 81명 중 여성 법관이 53명이나 차지하고, 올해도 신임 법관 86명 중 여성이 55명으로 남성 31명보다 2배가량 많이 임용되고 있는 법조계 여풍(女風)으로 볼 때 시간문제다.

전 대법관은 또 “법관은 누구나 판결로 기억되는데, 저도 그러기를 소망한다”며 “몇몇 판결에서의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저 자신의 수많은 판결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이어 “(법관으로서) 34년간 잘한 것 못한 것 모두 제 책임이고, 피할 수 없는 역사적 평가와 비판은 제 몫이지만, 상처받은 분께는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직접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은 없다는 것, 자신이 믿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 1년6월의 형을 사는 사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런 견해들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으면서, 떠난다”고 소회를 남겼다.

이는 사형 선고와 종교적 신념(집총 거부)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을 지적한 것으로, 사형제 폐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전수안 대법관은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대법관에 오른 김영란 전 대법관(현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해 지난해 퇴임한 이홍훈김지형박시환 전 대법관과 함께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들으며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김능환 대법관, 헌법재판소 비판…이건희 회장 꼬집어

김능환 대법관은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지만 이제 법복을 벗으면서,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저의 생각 한 두 가지를 말씀드리려 한다”며 대법관 인사청문제도의 개선을 주문하고, 특히 헌법재판소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김 대법관은 “저의 퇴임일자는 (임기가 시작된) 이미 6년 전에 정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후임 대법관 임명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기는커녕 오늘에서야 인사청문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퇴임하게 된 것을 무엇보다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대법관 인사청문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고 국회를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특히 헌법재판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여러 번에 걸쳐 합헌이라고 선언했던 법률을 헌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위헌이라고 하고, 또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서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어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위반되지 않는지를 선언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법률의 해석론을 전개해 어느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다”며 헌법재판소를 겨냥했다.

이어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하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이럴진대 무엇이 법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으며, 헌법이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된들 그것으로 법적 분쟁이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 이런 마당에 법의 지배나 법치주의는 말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사회지도자랄 수 있는 어느 저명한 분조차 자신이 당사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법원에서 심리되고 있는 특정사건에 관해,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꼬집으며 “이렇듯 대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해 재판이 확정되더라도, 그에 만족하거나 승복하지 않은 채 다른 불복의 길을 찾으려는 심사가 만연해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사법의 현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그는 “그러면 분쟁은 도대체 언제 끝이 나는 걸까요? 그로 말미암아 증가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요?”라고 물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여러 권한 중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시켜서 관장하게 하는 편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더 유익하고,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이 점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안대희 대법관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낮은 자세”

안대희 대법관은 법관의 자세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안 대법관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세상에서, 국민들은 법관이 마땅히 분쟁의 최후의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때에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의 삶, 그에 대한 평가는 단 하나의 사건에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 두고 재판 한건 한건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 법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며 “법관은 한없이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한없이 높은 도덕성과 인격을 유지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법관의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국민은 고매한 인격을 갖춘 법관으로부터 자상하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재판을 받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대희 대법관은 바른 재판을 위해서라도 법관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대법관은 “법관은 법이론 뿐만 아니라 폭넓은 인문사회적 지식, 그리고 대중문화까지도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고, 기록과 법정에서 뒤돌아 인생을 음미할 만한 여유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현실감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법관들이 밤늦게까지 그리고 휴일에도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봤는데, 대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점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 재판을 위해서도 법관들의 이와 같은 과중한 업무가 경감돼, 생활세계의 생생한 직관 속에서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충분한 논증을 할 수 있는 물적ㆍ제도적 토대가 갖추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대법관은 끝으로 “저는 3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법원과 검찰 가족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왔다”며 “저의 실력과 제가 이룩한 성과에 비해 과장된 평가를 받아 왔고, 제 마음 한켠에는 항상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무거운 책임감에 스스로를 한 없이 채찍질했으나 여러모로 부족한 제 자신을 깨달으며 어느덧 대법관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게 됐다”며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부디 국민과 역사 앞에 커다란 흠결이 없는 대법관 생활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박일환 대법관 “고전에서 많은 교훈 얻어”

박일환 대법관은 “공자께서 ‘선배에게 편안함을 주고 동료에게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라고 포부를 말씀하셨다”며 “법관으로 사건을 심리할 때 선배법조인이 믿음직하게 생각하고 동료들이 의견을 존중해주고 후배들이 따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법원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을 처리하는 기관이어서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변해도 근본은 변함이 없어 우리는 고전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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