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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농성 진입명령 거부한 경찰간부 ‘해임’ 부당

수원지법 “위계질서 문란케 한 것은 맞지만, 해임 징계는 지나쳐”

2010-08-26 15:45:32

[로이슈=신종철 기자] 지난해 8월 평택 쌍용자동차 노조의 점거농성 당시 상급지휘관의 공장 진입 명령을 거부한 경찰간부에 대한 ‘해임’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단 소속인 K(50)경감은 평택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점거농성 사태가 막바지였던 지난해 8월 6일 오후 4시 30분 기동대장과 믹싱룸 진입을 놓고 의견충돌이 생겼다.

당시 진입조사원이던 경사 L씨가 “신나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받은 기동대장은 “현재 장악돼 있어 위험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에 K경감은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 어떻게 아느냐. 우리도 처자식과 가족이 있고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무조건 들어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순경까지 모아놓고 의견을 들어보고 들어가자”라고 말했다.

K경감이 진입의 위험성을 계속 지적하자 기동대장은 “무서우면 들어가지 마라”라며 작전에서 배제시켰다. 순간 화가 난 K경감은 욕설을 하면서 옆에 있던 깡통을 발로 차고, 경찰장봉을 발로 눌러 부러뜨리려고 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같은 해 9월 11일 K경감이 작전지시 명령에 불만을 표출하며 기동대장의 지휘권을 훼손하고,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등 경찰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

또한 앞서 7월말 쌍용자동차 사태를 전담하는 기동대로 인사발령이 난 무렵, "몸이 좋지 않다"며 신청한 병가(2개월)가 반려됐음에도 나흘 동안 무단결근해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파면했다.

그러자 K경감은 파면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해임'으로 감경 받은 뒤 소송을 냈다.

K경감은 “기동대장의 진입명령에 대해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기동대장으로부터 대원들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하고 의견이 묵살당해 자존심이 상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위로서 공무원의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될지언정 지휘권을 훼손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상급자인 기동대장의 동의를 받아 병가에 들어갔고, 병가에 필요한 진단서 등을 발급받아 제출한 것으로 무단결근이 아니다”며 “따라서 일부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반의 정도와 경위 등에 비춰 해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K경감이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당시 K경감을 파면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다수의 부하경찰관들과 민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욕설을 하면서 깡통을 발로 차고 경찰장봉을 발로 부러뜨리려고 한 것은 당시 상황이나 표현방식에 비춰 볼 때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로써 기동대장의 업무집행에 지장을 초래했으며, 경찰조직의 근무기강을 저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비록 경찰조직의 엄격한 근무기강을 해치고 경찰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내지 직장이탈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 비행의 정도가 경찰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없어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처분으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 판단의 근거는 먼저 노조원들이 점거농성 중인 평택 쌍용차 도장2공장 믹싱룸에 신나 등 위험물질이 다량 보관돼 있어 화재발생 시 대형 인명사고의 위험이 농후했던 점, 다른 대원이 화재발생 시 피난통로와 고립됐을 경우 구조계획을 질문했으나 기동대장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게다가 원고는 기동대장 바로 아래의 현장 지휘관으로서 진입작전의 수행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고는 기동대장으로부터 진입작전에서 배제되자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상해 깡통을 발로 차고 경찰장봉을 내리치는 등의 행위를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봤다.

결국 품위유지의무 위반 부분과 3일 무단결근 부분만으로는 그 비위의 내용 및 정도가 ‘해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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