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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가혹행위로 정신장애…국가유공자 인정

청주지법 “기합·폭행이 난무하던 복무환경 속에서 발병”

2008-05-29 22:28:25

군 복무 중 상급자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장애가 생겼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OO(39)씨는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던 1989년 8월부터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경찰병원에서 정신분열증으로 계속 치료를 받다가 1990년 12월 의병전역했다.

이에 우씨는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는데, 2004년 2월 충주보훈지청은 정신분열증과 공무수행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우씨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건강한 상태에서 입대했다가 상급자의 가혹한 기합과 폭행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해 정신질환이 발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씨는 중류층 가정의 양친 슬하에서 성장했고, 대학생활 당시에도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으며,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으로 평가받아 동아리에서 부회장 활동을 하기도 하고,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우씨는 입대 전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단정을 받았으며,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의 군사훈련, 중앙경찰학교에서 6주간의 기본교육훈련을 무사히 마쳤고, 1989년 3월 청주 △△경찰서에 배치를 받아 의무경찰로 복무했다.

그런데 우씨는 복무기간 중 경찰보조업무를 수행하면서 순찰 등 기본업무 이외에 시위진압에 빈번히 동원됐고, 이를 대비해 극심한 훈련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시신을 지키는 등 기피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상급자 등으로부터 심한 기합과 폭행을 당했다. 침대에 누워 발을 들어 올린 상태에서 발바닥을 경찰봉으로 수십 대씩 때리고, 내무반의 책상모서리에 깍지를 끼고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도록 하고, 수면 중에 경찰봉으로 머리를 때려 놀라 일어나게 하고, 구두 뒷굽으로 머리를 마구 차고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며 발로 걷어차는 등의 기합과 폭행이 매일 같이 반복됐다.

서울 △△△경찰서로 전출된 이후에도 상급자들의 기합과 폭행은 여전했다. 40kg 이상의 배낭, 진압복, 방독면, 철모 등의 완전군장을 착용하게 하고 운동장을 10바퀴씩 뛰면서 선착순을 시키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의 기합과 폭행을 당했다.

위와 같은 심한 기합과 폭행으로 같이 근무하던 박OO씨는 탈영을 하기도 했고, 이OO씨는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우씨는 극심한 기합과 폭행이 계속되면서 1989년 8월부터 이상한 행동양상과 성격의 급작한 변화 등의 양상을 보이다가 서서히 호전되는 듯했으나, 1990년 1월 심한 훈련을 받고 나서 다시 정신분열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경찰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치유되지 않아 의병전역한 것.

의병전역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1992년 3월부터 청주의료원에서 계속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받아 왔고, 2006년 4월에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정신장애 3급의 장애판정을 받아 장애인으로 등록됐으며, 현재까지도 아침과 저녁에 1번씩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청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는 우씨가 충주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입대전인 대학재학 시절까지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정신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입대 초기 기본훈련까지 정상적으로 마쳤는데, 입대 후 약 8개월이 경과한 무렵에 정신분열증세가 최초로 발현됐고, 제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원고가 복무할 당시 상급자들로부터 심한 기합과 폭행을 당했는데 그 수단과 방법이 매우 가혹했으며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됐던 점, 당시 원고와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이 기합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였던 사실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의무경찰로서의 기본적인 경찰보조업무 이외에 시위진압 업무까지 담당하면서 많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극심한 훈련과 기합·폭행이 난무하던 복무환경 속에서 장기간 복무를 하면서 받게 된 정신적 압박감 등을 극복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원고의 군복무와 정신분열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정신분열증이 공무와 관련된 질병이 아니라는 사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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