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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범 변호사, 박근혜의 구속과 법불아귀(法不阿貴)

기사입력 : 2017.03.31 19:18 (최종수정 2017.03.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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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신종철 기자]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박근혜의 구속과 법불아귀(法不阿貴)>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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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에 저질렀던 국정농단(國政壟斷)을 이유로 구속되었다. 뇌물죄를 비롯한 여려가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장관들, 그리고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이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을 파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고, 파면 후에는 전 대통령의 신분으로 검찰청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을 청구 받아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해서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였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피해 가지 못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으로 언론에서는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비자(韓非子)가 외저설(外儲說) 유도(有度)편에서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이라고 사용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이라고 특별히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지혜 있는 자라도 마다할 수 없고 용감한 자라도 다툴 수가 없다는 것이다(法之所加 智者弗能辭 勇者弗敢爭 법지소가 지자불능사 용지불감쟁). 출신이나 신분, 사회적 지위, 관계를 구분해 법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되며 누구나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생명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서 시작되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따라서 대신이라 해도 잘못을 저지르면 형벌을 피할 수 없고, 착한 행동을 칭찬하고 상주는 일에는 평범한 백성이라 해서 제외되지 않는다(刑過不避大臣 賞善不遺匹夫 과불피대신 상선불유필부)는 말로 법의 엄정함을 강조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썼다는 법불아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발부를 보면서 법불아귀를 외쳐댄다. 대통령이라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살펴보자. 우리 상황이 법불아귀를 외쳐도 되는 것이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최순실의 이름이 도마에 오르기를 여러 차례, 그러나 우리 검찰은 단 한 번도 그 실체를 파악하려 들지 않았다. 모 방송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보도를 하자 비로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씩 움직였을 뿐이다. 국가권력에 눈치를 보면서 수사기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취임하면서 법불아귀를 외쳤던 검찰총장이 사실상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청와대에 있는 민정수석이 검찰인사와 일부 수사를 지휘하는 형국이 아니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청와대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이 저질러진 것도 사실 법불아귀를 실천하지 않은 탓이다. 국가권력의 사적인 사용,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인이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을 지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권력에 아부하면서 법적용을 회피하는 무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진들 사이에 잘못된 일에 대하여 대통령에게 간언을 하거나 고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민정수석까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려서 스스로 부복하였으니 아부의 전형 아니겠는가? 국가기관의 작용이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국가적 불행이다. 모두가 권력자에게 아부하느라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고, 그러다보니 권력자의 최측근이 휘두르는 무지막지한 칼날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는 어디로 가고 아부를 하면서 하루라도 자리를 보전하려 했던 것인지 기가 막힐 일이다.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의 최정점에 최고권력인대통령에 아부하면서 법적용을 회피한 민정수석이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무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그리고 가끔씩 드러나는 법조비리에서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는가 하다가도 다시 같은 상황임을 발견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처벌을 면하거나 형량을 적게 받는 것을 두고 외치는 말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변명도 하지 못하고 법에서 정한 최대한의 형량을 받는 것에 빗대는 것이다. 우리 검찰과 법원은 재벌기업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그대로 넘어가거나 형식적인 처벌을 받을 뿐이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빵 하나만 훔쳐도 엄한 처벌을 받는데 기업들은 수천 억원을 횡령하거나 배임해도 집행유예를 받기도 한다. 일반 국민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인 권력자에게 관대한 법의 모습을 보면서 법불아귀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법의 생명은 형평성이고, 엄정함이다. 대통령 신분이라 해서, 유력한 정치권력자라 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권력자라 해서 법이 관대하다면 이미 법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구속했다고 곧바로 법불아귀를 실천했다고 큰소리칠 입장은 아니다. 정권을 잡은 유력한 정치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하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권력이 허점을 보이면 그 틈을 이용해서 수사를 한다. 제대로 법불아귀가 작동하려면 살아 있는 권력을 정조준 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경우 내우,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기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법이 예외 없이 작동되어야 하고, 예외는 헌법에 의해서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법에서 정하지 않는 예외를 남발한다. 권력의 눈치를 봐서 스스로 아부하는 것이든, 권력자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아부하는 것이든 법불아귀의 정신을 망각한 처사다. 수사기관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어느 기관보다 큰 권한을 준 것은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어느 누구든 예외 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것이다.

이제 권력의 막바지에 조금이라도 법치주의가 실현되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일반 국민들이라면 제대로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지 못하고 쉽게 구속된다. 유력한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수많은 변호인들을 대동하여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변호하고, 법원에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조심스럽게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할 정도다. 아무리 일반 국민이라도 자신을 변호할 최소한의 법률적 구조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에게도 유력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귀를 기울이는 태도야말로 법치주의 실현의 첩경이다.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는 말이 어쩌다 등장하는 구호가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자리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곁에 두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위 칼럼은 외부 법률가 기고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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