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특히 기관 개편 이후 정원이 확대됐지만 실제 현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무역안보관리원의 기능을 확대하는 '산업안보원'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직 확대에 앞서 기존 업무의 성과와 인력 운영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업부 평가 7곳 중 유일한 C등급…핵심사업 모두 D등급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산업통상부 소관 기타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무역안보관리원은 종합점수 66.85점으로 평가 대상 7곳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6곳은 A등급 4곳, B등급 2곳으로 C등급을 받은 기관은 무역안보관리원이 유일했다.
6위인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76.05점으로 무역안보관리원보다 9.2점 높았다. 1위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82.45점)과의 격차는 15.6점에 달했다. 무역안보관리원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의 평균 점수는 79.84점으로, 무역안보관리원보다 12.99점 높았다.
세부 평가에서도 부진한 성적이 확인됐다. 전략기획과 윤리경영, 조직·인적자원관리, 노사관계는 각각 C등급을 받았다. 계량지표 득점률은 전년 97.9%에서 84.7%로 13.2%포인트 하락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이는 평가 대상 7곳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기관의 핵심 업무인 전략물자 판정 서비스는 D+, 교육홍보는 D, 정책연구·국제협력은 D+등급을 받았다.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판정하고 기업의 수출통제 준수를 지원하며 국제 통제기준 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사업이 모두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평가단은 확대된 무역안보 업무를 평가 대상 사업과 성과지표 체계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관의 기능과 업무 범위는 확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성과 측정 체계가 업무 변화에 맞춰 정비되지 못했다는 취지다.
◆ 교육명령 대상 없어도 달성률 100%…성과지표 실효성 논란
성과지표의 설계 방식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교육 관련 성과지표는 교육명령 대상 기업이 0곳일 경우 교육 실적과 관계없이 달성률이 100%로 산정되는 구조로 나타났다. 실제 교육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높은 달성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표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전략기술 불법이전 방지 관련 성과지표도 6년 연속 0건으로 집계됐다. 평가보고서는 해당 지표의 목표 도전성과 성과 측정의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판정 지원 사업 역시 판정의 정밀도와 난이도 개선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달성률이 100%로 산정되는 지표 설계가 문제로 지적됐다.
◆ 국제 통제기준 개정안 21건→13건…개인정보 관리점수도 하락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성과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바세나르체제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제출한 통제기준 개정 안건은 21건에서 13건으로 38.1% 감소했다. 같은 비교에서 미국은 14건에서 31건으로 121.4% 증가했다.
이전에는 한국의 제출 건수가 미국보다 많았지만 이후에는 미국의 약 42%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는 바세나르체제, 핵공급국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가리킨다. 회원국들은 각 체제를 통해 통제 품목과 기준에 관한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제적인 수출통제 기준을 협의한다.
다만 실제 무역안보관리원의 국제체제 안건 대응 건수는 2021년 147건에서 2025년 182건으로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무역안보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공개한 수치다. 그럼에도 정책연구·국제협력 사업이 D+등급을 받은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내부 관리 지표에서도 개선 과제가 확인됐다.
무역안보관리원의 개인정보 관리수준 점수는 전년 73.86점에서 63.36점으로 10.5점 하락했다. 하락률은 약 14.2%로, 평가 대상 7곳 가운데 한국로봇산업진흥원(13.62점 하락)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경영공시 벌점은 9.1점으로 7개 기관 중 가장 많았다. 직무급제 도입 역시 노사 갈등으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의원실 자료에 나타났다.
기업의 기술정보와 수출통제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관리수준 하락과 경영공시 관리 부진은 기관 운영의 신뢰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 정원 확대에도 현원 감소…직무대리 체제서 산업안보원 개편 추진
무역안보관리원은 2024년 8월 개정 대외무역법 시행에 따라 기존 전략물자관리원에서 명칭을 변경하고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 출범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 업무를 넘어 무역안보 정책 연구와 산업 영향 분석, 국제협력 등으로 역할을 넓혔다.
기관의 정원도 확대됐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기존 70명에서 82명으로 12명 늘어 증가율은 17.1%에 달한다.
다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임직원 정원은 2023년 말 70명에서 2024년 말 72명, 2025년 말 82명으로 단계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상임임원과 정규직을 합한 현원은 2024년 말 65명에서 2025년 말 63.38명으로 감소했다. 2025년 말 기준 정원 82명 대비 현원 충원율은 약 77.3%에 그쳤다. 정원이 10명 증가한 2025년에 실제 현원은 오히려 1.62명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인력 운영 문제는 앞서 공개된 이직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9월 장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무역안보관리원의 이직률은 남성 13.2%, 여성 15.4%로 집계됐다. 직원 1인당 평균보수는 5447만원으로 비교 대상 4개 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략물자 판정과 국제 제재 분석 등 전문인력의 경험 축적이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정원 확대와 실제 인력 확보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정원 미충원이 핵심사업 평가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로 구분해야 한다.
기관장 체제에도 변화가 있었다.
서정민 초대 원장은 2024년 8월 21일 취임해 조직 개편 이후 무역안보관리원의 운영을 맡았다. 2025년은 서 원장의 첫 온전한 재임 연도로, 이번 경영평가 결과는 그의 재임 기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선비즈에 따르면 서정민 원장은 지난 7월 중순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유는 무역안보관리원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 원장 재임기에 나타난 핵심사업 평가 부진과 성과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과 별개로, 현 직무대리 체제에서 조직 운영을 안정화하고 기존 업무의 성과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기관도 성과관리체계 정비에 나섰다. 무역안보관리원은 지난 9월 사업예산 4000만원 규모의 '2026년 무역안보 성과관리체계 및 지표 고도화 용역'을 발주했다. 사업기간은 계약 체결일부터 올해 말까지로 제시됐다.
평가단이 확대된 업무를 성과지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가운데, 이번 용역을 통해 성과지표의 변별력과 실제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체계가 얼마나 개선될지가 과제로 남았다.
정부는 산업안보 강화를 위한 산업안보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최수진 의원실은 무역안보관리원의 확대 개편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존 기관의 경영성과와 조직 확대의 타당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수진 의원은 “반도체·AI칩 불법수출과 첨단기술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관이 기본 업무 부실과 성과지표 왜곡으로 산업부 산하 경영평가 꼴찌라는 수치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무역안보관리원을 ‘산업안보원’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힌 만큼, 몸집을 키우기 전에 판정·교육 등 본연의 기능과 정보보안 체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직 확대 및 예산 증액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입법 보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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