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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동의없이 피해자의 성명·주소 손배사건의 소장에 기재 '정당행위 해당 안된다'는 원심 파기환송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명·주소를 기재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 충분

2026-07-01 06:00:00

대법원.(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영재)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의 성명, 주소 등을 피해자를 상대방으로 한 손해배상 사건의 소장에 기재한 것은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법원(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6도171 판결).

피고인은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B’ 유치원(이하 ‘이 사건 유치원’)의 원장이고, C는 이 사건 유치원의 학부모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2. 6. 21.경 이 사건 유치원에서, C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불법행위(네이버카페에 명예훼손 글 게시 등)로 인한 영업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받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2021. 3.경 C의 자녀가 이 사건 유치원에 입학할 당시 ‘유아 학비지원금 신청’ 등의 목적으로 수집했던 C의 성명, 주소 등 개인정보를 C의 동의 없이 변호사에게 제공하여 소장에 기재하게 하고 그 무렵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위 소장을 제출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 목적의 범위를 벗어나 C의 개인정보를 이용했다.

-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4. 9. 11.선고 2024고정269 판결)은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1항 6호의 정당한 개인정보 이용행위나 제18조 2항 8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인은 법리오해(정당한 개인정보 이용행위로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심(2심 의정부지방법원 2025. 12. 11. 선고 2024노2934 판결)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피고인이 C의 개인정보를 소장에 기재해 법원에 제출한 행위가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를 피해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의 소 제기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위 목적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의 피해자 정보사용이 명백하게 정보 주체인 피해자의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찾아서 취득한 행위 자체부터 권한이 없었고, 법원에 대한 사실조회신청 등 적법한 대체 수단이 명백히 존재해, 피고인이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 공익적 측면은 없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판단)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지는 여부는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도9522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C의 성명, 주소를 기재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피고인은 C의 동의를 받아 C의 성명, 주소를 적법하게 제공받았고, 피고인이 C의 성명, 주소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했거나 다른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기록상 찾을 수 없다.

C의 성명, 주소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만, 사상ㆍ신념, 노동조합ㆍ정당의 가입ㆍ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및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은 소장의 기재사항 중 하나로 ‘당사자’를 적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준용되는 같은 법 제274조 제1항에 의하면, 소장에는 당사자의 성명, 주소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따라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장에 일정 부분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위와 같은 개인정보는 소장 부본의 송달을 통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이다.

피고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변호사에게 C의 성명, 주소를 제공한 것은 위와 같은 민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소장 기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소 제기 후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이나 사실조회 등 민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제294조에서 규정한 절차를 통해 C의 주소를 특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C의 개인정보를 법원에 제출함으로 인해 C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법원이 C의 성명, 주소가 기재된 소장의 보관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열람ㆍ복사 등 절차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위 개인정보가 위 사건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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