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7일 한국가스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8일, 인천기지 4변전소에서 정기 점검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활선 상태인 'TIE 배전반'에 접촉해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TIE 배전반은 2중 선로의 연결 배전반으로, 한쪽 선로 정전 시에도 반대쪽은 활성 상태를 유지하므로 작업 시 철저한 잠금 조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 감독자는 작업 계획서 검토 과정에서 TIE 배전반을 작업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시정 요구를 하지 않았고, 규정상 감독자가 엄격히 관리해야 할 마스터키는 누구나 열 수 있게 배전반 패널에 상시 걸려 있었다. 게다가 사고 당시 주감독자는 타 작업 입회를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으며, 부감독자는 휴가 직후 업무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서명만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잠금 상태를 공동 확인하는 필수 절차조차 생략됐다.
법정 의무 시설인 비상조명등 관리도 엉망이었다. 2022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전 기지본부에서 비상조명등 점등 시험이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소방시설의 자체점검)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9조(기술자격자의 범위)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방 설비에 대해서는 소방시설관리사 및 소방기술사를 보유한 업체를 통해 작동점검 및 종합점검을 연 1회 각각 실시해야 한다.
특히 조사 대상 28개 건물 중 인천·평택·삼척·제주 등 23개 건물의 비상조명등이 상시 점등 상태로 유지되어 있었다. 이들 시설은 정전 시 배터리로 자동 전환되는 회로 구성이 불량하거나 확인이 불가능했다.
회계 투명성과 행정 기강 해이도 도를 넘었다. 평택기지는 건축물 기준을 오적용해 안전점검 용역비 약 4,400만 원을 과다 지급했다. 또한 하역부두 점검을 위해 고가의 40톤급 예인선 임대료를 지불하고도 정작 현장에서는 고무보트를 사용하는 등 예산을 낭비했다.
기지별로는 ▲인천기지 면세 대상 용역에 대한 부가세 지급 ▲제주기지 청소 용역 이윤율 부당 상향 ▲삼척기지 준공 정산 시 보험료 과다 지급 등 부적절한 정산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이외에도 평택기지 2부두의 경우, 2020년부터 수심이 선박 입항 안전 기준인 '유효최저수심'에 미달했음에도 이를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안전 규정상 선박 흘수 대비 10%의 여유 수심을 확보해야 함에도, 상부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5% 여유만 두는 '임시 입항 기준'을 적용해 LNG 선박의 좌초 위험을 가중시켰다.
2024년 9월에는 부장급 권한자가 상위 승인이나 인사·직제 부서와의 협의 없이 본부장의 전결 권한을 임의로 위양하는 지침을 시행해, 수백 건의 문서가 부적절한 권한자에 의해 결재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된 사실도 함께 지적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방치된 비상등과 독단적인 부두 운영 등은 조직 전반에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공적 자금을 다루는 회계 질서와 전결권 체계까지 무너진 것은 단순한 실무적 과실을 넘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 의식 자체가 실종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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