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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전 남편이 인감 도용 5천만 원 떠넘긴 사건 지급명령 강제집행 불허

2025-12-10 06:30:00

법원.(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법원.(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전 남편이 인감을 도용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고 빚을 떠넘긴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강제집행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씨(원고)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압류되는 과정에서, 전 남편 B씨(피고)가 결혼생활 중 몰래 A씨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사용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고 빌린 5,000만 원의 대여금에 대한 지급명령이 이미 확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는 이혼한 전 남편 B씨의 빚을 자신이 왜 갚아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했고, 공단은 A씨를 대리하여 B씨를 상대로 지금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에 대응하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차용증의 진정성립 여부, 인감도장 날인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 그리고 제3자가 명의도용한 경우에도 채무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피고 B씨는 "차용증에 A씨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어 있고, 인감증명서의 인감과 일치하므로 문서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급명령에 따른 강제집행은 적법하다고 했다.

이에 공단은 A씨가 실제로 B씨로부터 금전(5,0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으며, B씨 역시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점, 전 남편이 결혼생활 중 A씨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임의로 사용하여 금전을 차용하고 차용증을 작성한 사실이 증인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점, A씨가 전 남편에게 차용증 작성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없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전주지법 민사4단독 이용희 부장판사는 2025년 9월 18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주지법 2013. 3. 28.자 차용금 사건의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지급명령의 집행력 있는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을 선고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해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사람이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해 법원이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꺠어진다(대법원 2013. 8. 22.선고 2012다94728 판결 참조)

재판부는 아내인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집에 보관되어 있던 원고의 인감도장을 차용증의 원고이름 옆에 날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건 인감증명서는 '사용용도' 란이 빈칸으로 발급되었고, 당시 원고는 나이가 어려 인감증명서의 사용용도를 묻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사건 차용증의 모든 문언은 모두 수기로 작성되었는데 그 문언 중 원고가 직접 기재한 부분은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 전까지 피고를 만나거나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에게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이 사건 차용금 5,000만 원을 대여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찾아 볼수 없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차용금을 실제로 차용했다거나 원·피고 사이에 K의 피고에 대한 기존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지급명령에 기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아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정진백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서류의 형식보다 실질적 진정성, 즉 당사자의 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 판결”이라며“제3자가 동의 없이 인감도장을 가져가 차용증을 작성하고 돈을 빌린 경우에도 구제책이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최근 배우자나 가족이 몰래 명의를 사용해 대출받는 사례가 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법을 몰라서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누구나 적법한 절차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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