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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벽간 소음문제로 흉기 휘두른 50대 징역 4년

2025-05-19 08:30:11

대구법원청사.(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대구법원청사.(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영철 부장판사, 김수철·이보경 판사)는 2025년 5월 14일 피고인이 얼굴도 모르고 지내던 옆집 피해자와 벽간 소음문제로 시비 중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50대)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압수된 흉기는 몰수했다.

피고인은 대구에 있는 한 원룸에 거주하는 자이고, 피해자 B(20대·여)는 옆집인 위 원룸에 거주하는 자로 서로 이웃 관계이다.

피고인은 직업도 없이 혼자 원룸에 거주하며 만성비염 등을 앓고 있어 잠을 잘 자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평소 옆집에서 일으키는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옆집을 향해 “XX년아 죽여버린다” 등의 욕설과 고성을 수시로 질렀고,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주거지로 찾아가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피고인은 매번 인기척을 보이지 않으며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피고인은 2024. 12. 20. 오전 9시경 평소와 같이 자신의 방에서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지르자 피해자가 참다가 너무 시끄러워 피고인의 주거지를 찾아 현관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피고인의 반응이 없었다.

이에 피해자는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게 조용히 좀 해라. 시끄럽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순간적으로 흥분해 잡 안 싱크대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이후 피고인은 놀라 뒷걸음 치는 피해자를 향해 다가가며 흉기를 수 차례 휘들렀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피해자의 배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려 피해자는 의식을 잃었다.

계속해 피고인은 피해자를 5회 짓밟았으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 순간 두려움을 느껴 범행을 중단하고 피고인의 주거지로 돌아가는 바람에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한 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고인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사용 방법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흉기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부위를 향해서 과도를 내리 찍었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머리와 얼굴 부위에 작지 않은 자상을 입게 되었는데, 상처의 상태로 보아 피고인이 상당한 힘을 가하여 내리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피해자가 이전의 공격으로 인해 머리, 얼굴 부위에 많은 피를 흘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행위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스스로 112신고를 했고 그로 인해 현장에 119구급대가 출동해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 및 병원 이송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음에도 피고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최소 20분이 경과한 후에야 112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체포되기 전까지 피해자의 다친 부위나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그 수법, 내용이 매우 위험하고, 비록 살인의 결과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인 생명권을 뺏으려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피해자는 봉합수술 등을 받았고, 이후에도 어지럼증이나 미세골절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으며, 코와 인중의 얼굴 부위 상처는 영구적인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있는 등 나이 어린 여성이 감당하기 힘든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살인의 범의를 다투는 것 외에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의 112신고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진 사정도 있는 점,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1,4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해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희망하지 않고 있는 점, 2018년경 상해죄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 외에는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ㆍ종류ㆍ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범행 후 결과 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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