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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고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무죄 원심 파기환송

"선불유심 개통하게 할 당시 미필적 고의 충분"

2025-05-14 06:00:00

대법원.(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피고인의 고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1심 유죄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전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5도265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타인의 통신 제공으로 인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2020. 12. 4. 대전 중구에 있는 휴대폰대리점 운영자 C로부터 “선불유심을 개통해주면 돈을 주겠다.”라는 제안을 받고, 선불유심 개통에 필요한 가입신청서, 가입사실 확인서약서를 작성한 후 신분증과 함께 제출하여 위 C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의 번호 유심을 개통하게 한 것을 비롯, 그 무렵부터 2020. 12. 5.경까지 위 C로 하여금 9회선의 선불유심을 개통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했다.

1심(대전지법 2023. 5. 25. 선고 2022고정895 판결)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1심은 선불유심을 개통하여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해당 선불유심이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개통해 C에게 제공한 회선이 9개에 불과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얻은 수익이 미미한 점, 피고인에게 동종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향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심(대전지법 2024. 12. 12. 선고 2023노1661 판결)은, 피고인이 "휴대폰 대리점 실적이 부족하니 개통실적을 쌓는 용도로 선불유심을 개통하게 해 달라. 타인에게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C의 말을 믿고 C를 도와주려는 단순한 호의로 선불유심의 개통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의 고의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벌금 100만 원)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C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의 선불유심을 개통하게 할 당시 그 유심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된다는 것에 대하여 알았거나 적어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에 대하여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C가 피고인 등으로부터 취득한 유심 중 일부는 실제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에 사용됐다.

휴대폰 대리점의 실적을 위하여 개통된 유심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C가 운영하는 휴대폰 대리점의 실적을 위하여 선불유심의 개통을 허락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이 C로부터 선불유심 개통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C를 도와주려는 단순한 호의로 선불유심의 개통에 응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은 제1심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상황에서, 개통을 승낙한 1~2회선의 선불유심에 관하여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

피고인은 2002년경 교통사고를 당하여 척추 및 하지관절의 장애를 갖게 되었으나 인지능력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고, 달리 피고인이 개통된 유심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을 수 없다.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의 고의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본문은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자신이 제공받는 역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역무를 제공함으로써 전기통신사업자의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통신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의 조항이다(헌법재판소 2002. 5. 30. 선고 2001헌바5 결정 참조). 여기에서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 주는 행위를 의미하고,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다른 사람이 통신을 위하여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520 판결 등 참조).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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