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생한 부산 기장군 리조트 공사장 화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고로 인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으며, 화재 진압과 복구에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했다. 이는 단순한 한 건의 사고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유형의 화재가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다.
공사장 화재는 대부분 예방이 가능한 인재(人災)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전수칙의 무시, 기본 절차의 생략,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이 자리한다. 특히, 용접·용단 작업과 같이 고열과 불꽃이 발생하는 작업은 주변의 가연성 자재와 만나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다. 용접 불티는 최대 11m 이상 날아가며, 1,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인근 자재에 착화되기 충분한 위력을 지닌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부산 지역에서만 용접·용단 작업 중 발생한 화재는 356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명, 부상자 49명, 총 51명이며, 재산피해는 약 3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피해이며, “기본을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공사장 화재 예방은 복잡한 절차나 고가의 장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의 철저한 실천’이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안전수칙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➊ 화기 작업 전, 허가 절차와 사전 점검을 철저히 이행하자.
모든 용접·용단 작업은 '화기 작업 허가'를 받은 뒤 수행되어야 하며, 작업 전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고, 주변 정리와 소화기 배치, 가연물 제거 등 안전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➋ 가연성 자재를 철저히 관리하고, 불티 비산 방지 대책을 마련하자.
작업 반경 내에 적재된 스티로폼, 목재, 단열재 등 가연성 자재는 화재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들 자재는 반드시 이격하거나 방염포, 차단막 등으로 보호 조치해야 하며, 작업 후 잔여물도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 특히 임시 방수포나 쓰레기 더미 등 방치된 자재에서 화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➌ 화재 감시자를 지정하고, 충분한 소화기를 비치하자.
화기 작업 중에는 항상 감시자를 지정하여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며, 초기 이상 징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작업장 내에는 소화기를 충분히 비치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와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화기 하나가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➍ 작업 종료 후, 잔불 확인과 후속 점검을 철저히 하자.
화기 작업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바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남은 불씨가 뒤늦게 발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열화상 카메라, 온도계 등 장비를 활용해 잔열 여부를 확인하고, 일정 시간 감시 인력을 남겨 재발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공사장의 안전은 ‘사람’에서 출발하며, ‘기본’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 완성된다. 안전수칙은 작업의 번거로움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약속이자 의무이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일수록, 절차에 대한 경각심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이번만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경계하고, 철저한 안전 의식을 바탕으로 공사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
부산 사상소방서는 봄철 공사장 화재 예방을 위해 관내 주요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점검과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건설사, 작업자, 관리감독자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및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대형 화재는 단 한 순간의 방심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이다.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기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안전한 도시,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사상소방서 예방안전과장 허성은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