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심준보 기자] 자유기업원은 경제법안리뷰 14호 '의무화 입법 해외 사례 없는 납품단가 연동제, 실효성·형평성 논란'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근 통과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속적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하자 제품을 생산해 위탁기업에 공급해야 하는 수탁기업 입장에서, 원재료 값이 상승한 만큼에 해당되는 추가 납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최근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으나, 다수의 수탁기업은 위탁기업과의 거래상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인하여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탁기업의 신청 없이도 수탁ㆍ위탁기업 간 협의를 거쳐 그 결과를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계약 규모가 작거나 단기간에 적용되는 계약의 경우, 또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상호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예외를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 납품대금 연동제를 탈법적으로 악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은 “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을 통하여 수탁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 문화 확산 및 공정한 시장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그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무쟁점 법안’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됐다. 다만, 소위원회에서 일부 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둘러싼 지적이 제기돼 반영됐다.
당초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낸 법률안은 부당한 납품단가 연동제 회피에 대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순 의원은 “갑을관계에 있어서 힘의 작용으로 서로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어떻게 그것을 밝혀낼 수가 있겠냐”라며 “내밀한 어떤 협의에 의해서 연동하지 않기로 약정서를 썼는데 그것을 무슨 수로 밝혀내겠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소속 김용민 의원 역시 과태료에 대해서 “여러 가지 탈법이나 피해 가는 것에서 얻는 이익과 과태료 1000만원과 비교해 보면 당연히 대기업에서 빠져나갈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적정 과태료를 5,000만원으로 책정하다고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과태료는 기존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이 법안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 법안은 전례가 없고 해외 입법례도 없는 것이냐”고 지적하면서 “WTO나 FTA에 제소될 우려도 있다 하는 목소리도 나오던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그러한 우려 목소리에 대해서 시인했다. 아울러 권 의원은 “원자재 가격은 상승이 되었는데 중소 납품업체에서 미리 확보된 그런 재고를 활용해서 이렇게 했을 때 그것까지 적용을 해줘야 되는가 하는 그런 것들,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그러면 오랫동안 납품업체와 대기업에서 거래를 하는, 수십년 거래를 하는 데서 분명히 '너희 회사는 어떠한 제품을 충분한 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을 하니까 적용을 시켜 달라’ 그런 문제에, 거기에 대한 영업상의 비밀이라든지 원가정보를 또 공유를 해야 되는 그런 우려도 생길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2022년 11월 23일 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종료된 이 법안은 2022년 12월 18일 본회의에서 재석 217인 중 찬성 212인, 기권 5인에 의해 가결됐다. 기권표를 던진 의원 5인은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자유기업원은 해당 법안이 해외기업 역차별 소지로 인한 통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현재 체결돼 시행 중인 여러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른바 외국 기업에 대해서만 불리한 대우를 적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WTO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국내 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 곳을 두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판단,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측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전기차 기업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역시 WTO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제소 방침을 밝힌바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역시 이러한 통상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 예컨대 A라는 위탁기업이 국내 수탁기업인 B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해 기존에 비해 더 많은 대금을 지급한 반면, 해외 수탁기업인 C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어 동일한 대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경제5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해 “통상문제 발생 가능성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연동제가 법제화되면 국내기업이 우리기업에게 하청시 대금을 인상해 주는 반면에 외국기업에게 하청시 대금을 인상해 주지 않아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등 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소비자 부담 증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본 법률 개정안과 같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법은 해외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또한 납품단가 연동제 강제 도입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화령 연구위원은 2022년 9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를 통해 “납품단가가 원자재 가격에 연 동되어 상승한다면, 원사업자는 최종소비재 시 장에서의 경쟁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이 비용 부담을 적절히 전가할 수 있다”며 “단가연동을 의무화하면 원사업자와 소비자가 위험을 공동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 산업 생태계 왜곡이 국내 중소기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한다”고 추정된다며 “대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감소 가능성도 전망했다. 국내 중소기업과의 거래가 줄면, 노동 수요 역시 줄게 돼 4만 7천 여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진단했다. 아울러 실질 임금 감소, 그에 따른 정부 세수 감소 등의 부작용도 함께 진단했다.
해외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회피 역시 예상 가능하다. 해외 사례가 없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해외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법률 리스크’로 작용 할 수밖에 없다. 경제5단체는 “한국에만 있는 법률 리스크가 생긴다면 국내진출 외국기업이 투자계획을 철회‧수정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sjb@rawissue.co.kr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속적으로 원재료 값이 상승하자 제품을 생산해 위탁기업에 공급해야 하는 수탁기업 입장에서, 원재료 값이 상승한 만큼에 해당되는 추가 납품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과됐다.
다만, 계약 규모가 작거나 단기간에 적용되는 계약의 경우, 또는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상호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합의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예외를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 납품대금 연동제를 탈법적으로 악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은 “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을 통하여 수탁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 문화 확산 및 공정한 시장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그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무쟁점 법안’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됐다. 다만, 소위원회에서 일부 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둘러싼 지적이 제기돼 반영됐다.
같은 당 소속 김용민 의원 역시 과태료에 대해서 “여러 가지 탈법이나 피해 가는 것에서 얻는 이익과 과태료 1000만원과 비교해 보면 당연히 대기업에서 빠져나갈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적정 과태료를 5,000만원으로 책정하다고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과태료는 기존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이 법안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 법안은 전례가 없고 해외 입법례도 없는 것이냐”고 지적하면서 “WTO나 FTA에 제소될 우려도 있다 하는 목소리도 나오던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그러한 우려 목소리에 대해서 시인했다. 아울러 권 의원은 “원자재 가격은 상승이 되었는데 중소 납품업체에서 미리 확보된 그런 재고를 활용해서 이렇게 했을 때 그것까지 적용을 해줘야 되는가 하는 그런 것들,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이 그러면 오랫동안 납품업체와 대기업에서 거래를 하는, 수십년 거래를 하는 데서 분명히 '너희 회사는 어떠한 제품을 충분한 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을 하니까 적용을 시켜 달라’ 그런 문제에, 거기에 대한 영업상의 비밀이라든지 원가정보를 또 공유를 해야 되는 그런 우려도 생길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2022년 11월 23일 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종료된 이 법안은 2022년 12월 18일 본회의에서 재석 217인 중 찬성 212인, 기권 5인에 의해 가결됐다. 기권표를 던진 의원 5인은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자유기업원은 해당 법안이 해외기업 역차별 소지로 인한 통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현재 체결돼 시행 중인 여러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른바 외국 기업에 대해서만 불리한 대우를 적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WTO에서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국내 업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 곳을 두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판단,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측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전기차 기업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역시 WTO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제소 방침을 밝힌바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 역시 이러한 통상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 예컨대 A라는 위탁기업이 국내 수탁기업인 B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해 기존에 비해 더 많은 대금을 지급한 반면, 해외 수탁기업인 C업체에 대해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어 동일한 대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소비자 부담 증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본 법률 개정안과 같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의무사항으로 강제하는 법은 해외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또한 납품단가 연동제 강제 도입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화령 연구위원은 2022년 9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 보고서를 통해 “납품단가가 원자재 가격에 연 동되어 상승한다면, 원사업자는 최종소비재 시 장에서의 경쟁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이 비용 부담을 적절히 전가할 수 있다”며 “단가연동을 의무화하면 원사업자와 소비자가 위험을 공동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 산업 생태계 왜곡이 국내 중소기업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다고 가정하고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한다”고 추정된다며 “대기업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감소 가능성도 전망했다. 국내 중소기업과의 거래가 줄면, 노동 수요 역시 줄게 돼 4만 7천 여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진단했다. 아울러 실질 임금 감소, 그에 따른 정부 세수 감소 등의 부작용도 함께 진단했다.
해외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회피 역시 예상 가능하다. 해외 사례가 없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해외 기업 입장에서 분명한 '법률 리스크’로 작용 할 수밖에 없다. 경제5단체는 “한국에만 있는 법률 리스크가 생긴다면 국내진출 외국기업이 투자계획을 철회‧수정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sjb@r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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